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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약물을 착목하라!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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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전근대를 볼 적에 의醫과 약藥은 말이 따로 있어 언뜻 분업이 된 듯하나,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다만 의학 분야에서는 분업이 나름대로는 엄격해 주례周禮를 볼 적에 수의獸醫까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여러 갈래가 있었고, 그네끼리는 나와바리 분할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전근대에도 의사醫師가 있고 약사藥師가 있으니, 진흥왕 순수비를 보면 그의 행차에 의사가 아닌 약사가 동행함을 본다.

불교를 볼 적에 의사라는 관점에서 대중을 치료함을 표방하는 부처로써 약사불藥師佛이 보이거니와, 그를 결코 의사불이라 하지 않음을 주목할 만하다.

동아시아 전통의학을 집대성한 明代 이시진李時珍은 그 자신 진료와 처방을 일삼은 의사이면서 약학자이기 했으니, 그의 방대한 본초강목은 약학서요, 本草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광물학서이기도 하다.

도교를 반석에 올려놓은 동진 갈홍과 유송 육수정, 그리고 남량 도홍경은 모두가 약학자요 의사였다.

동방 의학 혹은 동방 약학을 논할 때 의약의 미분업 문제와 더불어 도교와 밀접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불교를 타고 들어온 인도 의약학도 무시 못하겠지만, 이 도교는 주초요 적심석이며, 판축이다.

관건은 이제 이를 어찌 할 것인가다.

종래 이 분야 연구는 소위 한의학 독무대였다. 기타 학문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의약학을 해야 하는가?

이것 없이는 주초없는 건축이요, 앙코 없는 찐빵이요, MSG 없는 종래의 우리 어머님 미역국인 까닭이다. 

천지사방 고고학 발굴이라는 이름으로 파제낀 유적에서는 약물이 쏟아지고 약절구가 대표하는 관련 도구가 비처럼 쏟아진다.

저 경주 평야를 철퍼덕 가로 자빠진 적석목곽분을 보면 약물 천국이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2016.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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