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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돌아갑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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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가진 것 없이 무작정 떠났고,

모지람이 많은 사람이라 석달을 싸돌아다녔으면서도 얻은 것 없이 빈손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내가 백범이 아닐진댄, 석달 실컷 싸돌아다니다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공포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도 물론 아니거니와,

그래도 몇몇 지인과는 이래저래 얽힌 사연들이 있어 돌아감을 고하지는 않을 수 없습니다.




떠날 때도 그러했고, 또 떠나서도 그러했지만, 시종일관 제가 유지하려 한 흐름 하나가 있습니다. 

비록 그렇게 느끼지 아니했을 분이 더러 계시겠지만,

나아가 농으로 두어 친구 가끔씩 불러내서는 넌 이런 건 안 봤지? 하며 골리는 숭을 내기는 했습니다만,

당신들은 오지 못하는 이런 데를 나는 왔고, 나는 봤노라 하는 그런 자랑질은 시종일관 경계하려 했습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시종 성찰이라는 자세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아니했고, 그렇게 비치지 아니했을 것임은 잘 압니다만,

그래도 나를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하나는 시종일관 유지하고자 했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여행 초반기, 이곳에서 만난 어느 지인이 그랬습니다.

당신은 왜 그리 한이 많냐고, 무슨 상처를 그리 심하게 받았느냐고. 

그리 비친 나 자신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리 비쳤다면 내가 덜 시건방져 보였을 테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진짜로 없이 떠났고 얻은 것 없이 돌아갑니다.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아니 더 솔직히는 거지 되어 돌아갑니다,

돈만 잔뜩 쓰고 돌아갑니다.

호기롭게 마누라 몰래 꼬불쳐둔 비상금 바닥 나서 돌아갑니다. 

이번 여행에서 적지 않은 분께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어느 지인은 그리 친하다 할 수는 없고, 또 그 자신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님을 알며, 무엇보다 건강이 좋지 아니한데,

인연이라 해 봐야 고기 한 번 대접한 적밖에 없는데 그런 친구가 경비에 보태 쓰라고 10만원을 입금한 일이 있습니다.

눈물겹도록 고마워서 받았습니다. 그 정성 너무 고마워서 받았습니다. 

이런 분들은 제가 살아가며 계속 기억해야지 않겠습니까.




귀국을 앞둔 애들, 마지막 스무날을 같이 보낸 애들한테 오늘 제가 그랬습니다. 

"집보다, 가족보다 편하고 좋은 곳 없다."

내가 있어야 할 곳, 있어서 편안한 곳을 찾아 다시 돌아갑니다. 

이스탄불 공항은 비가 내립니다.

열한 시간 뒤 인천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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