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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주체하는 여행 vs. 종속하는 여행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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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젊은 기자들은 분명 우리 때와는 달라서,

내 세대만 해도 어디, 특히 해외 취재를 간다 했을 때는 이른바 주체 측이라는 이름의 저쪽에서 짜주는 대로 움직이는 일이 다반사라

여권은 그 주최 측이 일괄로 거두어 심지어 호텔 투숙까지 그 주최 측에서 일괄로 해주는 시대라,

공항에 딱 내리면 대기한 비니 버스 같은 데 올라서, 가고자 하는 데를 다 데려다 주는 그런 시대였다.

이른바 접대의 시대를 산 세대다. 

요새는 이런 일 없다.

비행기 예약에서 호텔 예약까지 개별 기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시대다.

접대의 시대를 산 기자들은 그래서 실은 아무리 좋은 기자인 듯 해도, 살피면 필연적으로 자기 중심이라, 좀체 남한테 베풀 줄을 모른다.

접대 받는 일이 실은 몸에 베였다.

나 또한 그에서 한치 어긋남이 없는 시대를 산 사람이라, 문제는 이걸 벗어던져야 할 때 생긴다.


아침에 먹일 밥 준비한답시고 저녁에 쌀을 불린다.


이젠 허허벌판, 여권을 거두어 체크인을 대신해 주는 사람도 없고, 비행기 호텔 예약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

나는 마눌님이 지금도 그걸 대행하지만, 이걸 하루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는 강박이 작동하는데, 누구한테 배우겠는가?

운전은 마누라한테 교육하는 법이 아니다.

저 예약 등등의 시스템도 마찬가지라, 마누라한테 배우다간 더러워서 집어친다.

나는 아직 이쪽에 젬병이지만, 그런 대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나 스스로 찾아다니는 수준으로는 올라왔다.

내가 가고 싶은 데는 교통편이 있는 한 다 찾아다닌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디딘 이스탄불, 이곳을 나는 서너 번 찾았지만, 모조리 저와 같은 접대 여행이라,

하다 못해 이곳 지리 또한 생소하기 짝이 없어, 공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주체하는 여행과 접대 받는 여행은 이렇게 다르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 손으로 내가 애들을 끌고서 이스탄불을 찾았다.

그러니 처음으로 비로소 이스탄불 지도를 펼쳐 놓고 뭐가 대강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보며,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내 손으로 검색한다.

숙소 예약은 마눌님이 했지만, 그곳을 찾아가고 이곳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일은 오직 내가 해야 한다.

애들이 좋은 점은 저들은 교육 받은 적도 없는 듯한데, 지들이 알아서 검색을 잘하고 어디로 어케 가야 하는지를 잘 알며,

무엇보다 예약하는 방법을 지들이 다 찾아서 하는데, 그걸 붙잡고서 일일이 내가 훑어 본다.

왜? 이젠 이런 일도 내가 해야 하니깐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스탄불은 예외없이 단체 여행이었고, 기껏해야 하루 머물렀을 뿐이지만,

이번에도 삼박사일이라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내가 인솔자다. 

주체하는 여행과 종속하는 여행은 그래서 다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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