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를 보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칙찬 와카집 勅撰和歌集이다.
쉽게 말해 덴노의 명으로 편찬된 와카집으로
한 번만 출판된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출판되었고
이 때문에 만엽집 이후 일본의 전통 시가에 대한 자료는 매우 풍부하다.
사실 와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헤이안 시대 이후의 것이라 우리로 치면 통일신라 이후의 작품에 해당한다.
반면 우리 문학 시가의 분량은 매우 빈약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사실 빈약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읽지를 않아서 그렇다.
우리 역사에서 동문선은 133권 45책, 4천302편의 글이 실린 방대한 대작인데
이 책이 나온 것이 조선 전기이며 이른 것은 많이 올라간다고 하지만
대체로 통일신라 이후 고려시대, 조선 전기에 몰려 있어
일본의 칙찬와카집이 나올 떄와 거의 시기를 같이 한다 하겠다.
말하자면 일본에서 와카집을 만들 때
한국에서는 동문선을 만든것 이 아닐까.
동문선을 생각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동문선 선독이 왜 없을까 하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강의는 이루어지는 것으로 아는데
4000편 중에서 몇백 편 정도는 골라 선독이 나올 만 한데도 출판된 책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당시는 당시300수 등 선독집이 꽤 있는데 말이다.
동문선 선독집이 없다는 것은
적어도 지금은 아무도 안 읽는다는 말 아니겠는가.
역사가 무섭지 않느냐는 말에
이기가 "동국통감을 누가 읽겠는가" 했다던가.
동문선조차 제대로 선독이 안 되니
한국에는 와카에 해당하는 문학의 풀이 통채로 사라진 것 아닐까.
도대체 왜 아무도 안 읽을까 생각해 보면
그것이 작품의 수준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의 고전강독 취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리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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