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었을 때
필자 기억으로는 한 달인가 두 달인가 수락의 멘트 대신
길고긴 침묵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본인도 난감했으리라.
노벨문학상은 대단한 영예이니 이를 받자는 욕망과
자신이 쓴 수많은 노랫말 정신이 아마 서로 길항되어 부딪혔으리라.
그리고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순간
필자는 밥 딜런 스스로 그의 음악의 당위성을 해체시켰다고 생각했다.
그의 주옥 같은 가사가 모두 공기 속으로 날아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필자는 밥 딜런은 필자와 다름 없는 속물이라고 생각한다.
나훈아-.
위대하다.
훈장을 거부했을 때 멘트를 보면
이 사람은 진심이다.
"세월의 무게,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엄청나게 무거운데, 훈장을 가슴에 달면 그 무게까지 제가 어떻게 견디냐.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훈장을 받으면 어떻게 사냐. 아무것도 못 한다. 저는 정말 힘들 것 같다"
밥 딜런은 얼마나 위대해서 노벨문학상 하나 걸치고도 노래를 자유롭게 부를 수 있었을까?
필자도 나훈아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지는 못하고
아마도 그런 저런 속물처럼 살아가겠지만,
어쨌던 나훈아는 정말 위대한 사람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필자는 믹 재거도 속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수가 훈장이나 기사를 받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문제는 그가 평소에 어떤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가와 관련이 있겠다.
데이빗 보위는 기사작위를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Bowie was awarded a CBE in 2000 and a Knighthood in 2003 by the Queen, which he refused both, saying: “I would never have any intention of accepting anything like that.”
He added: “I seriously don’t know what it’s for. It’s not what I spent my life working for.”
훈장을 받건 상을 받건 다 좋은데
평소에 부르는 노래말과는 왠만하면 일치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상업주의의 일종이었다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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