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세계사여야 한다. 동북아 귀퉁이에 신라가 쪼그라져 있다 해서, 그 역사를 결코 한반도에 국한해 바라봐서는 안 된다. 역사는 파동이다.
그 파동이 우리가 보는 한에서는 중국대륙에서 치고, 한반도를 거쳐 일본열도로 간다. 반대로 일본열도에서 들이친 파도가 거꾸로 한반도를 지나 중국대륙으로 간다.
동아시아사. 나는 믿지 않는다. 동아시아 그 자체가 완결성을 갖는 역사의 하위 구조로 보는 시각이 근 100년 가까지 지배한 듯하지만, 이건 잘못이다. 이미 위만조선과 그 이전 기자조선만 해도 그것을 세계사로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진秦 제국이 붕괴하면서 한반도와 만주도 요동을 쳤다. 이후 한漢 제국을 보면, 이 한 제국의 서쪽 경계는 지금의 중앙아시아, 북쪽으로는 몽골 고원, 남쪽으로는 남월 왕국인 듯하지만, 우리가 잊어버린 대목이 있다.
이 동아시아의 경계 역시 그 너머 서쪽의 파동에서 간단없이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대식국大食國이 경계의 끝인 듯하나, 그 대식국은 다시 그 서쪽 로마와 간단없는 파고가 있었다.
그 북쪽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는 말할 것도 없이 흑해 연안과 직접 접했으며 그런 까닭에 흑해 연안과 그 이서以西의 변동은 파동을 쳐서 다시 중국대륙을 건너 한반도를 넘고 일본열도까지 쓰나미처럼 번졌다.
이세민이 고구려 정벌에 나섰을 때, 고구려가 내부사회에서는 동요가 극심했는데, 그런 동요 중 하나로 그 직전 고창국高昌國의 멸망을 거론한 일을 무심히 보아서는 안 된다. 시시각각 세계의 뉴스는 시시각각 파고를 타고 세계를 넘고 국경을 건너고 사막을 날아다녔던 것이다.
이런 판국에 삼국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역사를 해야만 겠는가? 쪽팔리지도 않는가?
***
한반도 중남부에서 철기 제작이 본격화하는 시점이 흉노 정벌에 혈안이 되고 그에 따라 포항제철 같은 공장이 중국 본토에 잇따라 들어선 한무제 시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漢 무제武帝 유철劉徹의 시대, 이 시대는 세계대전이었다.
(201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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