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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동아시아의 놀고대학생과 산업화

by 초야잠필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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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놀고대학생의 대량 배출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이 시기는 급격한 근대화의 시기로서 국가적으로 고학력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가는 미친 듯이 학교를 짓고 또 고학력자를 배출하는 상급 교육기관을 건설한다.

한국의 50-80년대 미친 대학 설립 드라이브와 비슷한 상황이 일본에서도 메이지유신 이후 수십년 동안 그대로 전개되었다. 

둘째는 그러다 보니 대학을 가 봐야 배울 것이 없어 학생들은 또래 집단끼리의 토론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놀고대학생하면 떠오르는 것이 뭔가? 결국 또래집단끼리의 술추렴, 그리고 개똥철학, 인생논하기, 각종 잡다한 서적의 섭렵 등이다.

이런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또래집단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읽고 배우게 되는 것인데,

대학이 부실한 대신 이들이 원하는 지식은 여기서 획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앞에서 언급한 러일전쟁 당시의 해군 장교 아키야마 사네유키, 일본 현대와카의 개척자 마사오카 시키, 그리고 일본 소설의 혁신자 나쓰메 소세키 등은 동경대 예비교에서 서로 알고 지내는 술동무들이었다. 

셋째는 이들은 대학 내내 술을 푸고 놀고 대학생 생활을 하다가 그 대학생활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취직하여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나라 50-80년대 놀고대학생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의 50-80년대 놀고대학생은 시대 흐름에 따라 그 당시 나와야 할 것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의 메이지시대 산업화와 한국이 50-80년대 산업화는 시대는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놀고대학생이라는 거대한 고학력자를 배출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성공의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시대인 것이다. 

강제징용문제로 시끄러웠던 일본의 메이시시대 산업유산이란 것도 사실 그 운영은 이 시대 새로 배출되어 나오던 "놀고대학생"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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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과 놀고대학생

 

메이지유신과 놀고대학생

한국의 60-80년대에 해당하는 놀고대학생 대량생산의 시대가 바로 일본의 메이지시대다. 이 시대를 유심히 바라보면 한국의 60-80년대를 굉장히 닮아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첫째로, 가진 것이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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