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 멧돼지는 겉모습이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집돼지와 멧돼지는 같은 종 (Sus scrofa) 이다.
멧돼지 모습은 집돼지도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다시 복원된다.
반대로 멧돼지도 몇 세대에 걸쳐 계속 가둬 키우면 집돼지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멧돼지와 집돼지는 서로 교배하면 당연히 번식 가능한 후손이 나온다. 같은 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사육하면서 겪는 문제 중에 사육하는 동물의 야생종이 자연에 존재하느냐 아니냐가 있다.
예를 들어 소의 경우 사육이 정착한 시기가 되면 야생소는 거의 멸종단계에 들어갔다.
따라서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지금 존재하는 소는 모두 최초로 사육된 소의 후손이다.
이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말 역시 사육마가 나온 후 야생마는 현재 멸종되고 없다.
따라서 야생종 말의 유전자가 사육종에게 흘러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말이다.
사육종은 사람과 함께 살지만 여전히 야생종이 자연을 뛰어다니는 것 가장 문제는 돼지다.
멧돼지는 없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돼지를 놔서 키우게 되면 멧돼지의 유전자가 집돼지로 계속 흘러든다.
중국에서 양자강 유역과 황하유역 초기 사육돼지의 뼈를 비교하면,
장강 유역 돼지가 야생 멧돼지 특징을 여전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놔서 키우기 때문에 현지 멧돼지의 유전자가 계속 집돼지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집돼지는 정확히 말하면 중국에서 대대로 계속 가둬놓고 키운 녀석들의 후손인 셈이다.
유럽은 산업혁명 이전까지도 돼지의 모습이 지금과 같은 집돼지의 모습이 아니었다는데,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돼지를 놔서 키울 여건이 도저히 안되어 가둬놓고 사육이 시작되면서 중국에서 우리에서 사육에 익숙한 현지의 돼지를 수입해다 유럽의 돼지와 교배를 시켰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유럽 돼지들이다.
한국사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우리 조상들은 일정 시점까지는 돼지를 가둬 놓고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
집밖에 돼지 먹을 것이 지천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돼지는 어느 시점이 되면 비로소 우리 안으로 가둬 놓고 키우기 시작했을 텐데,
이는 돼지가 더이상 나돌아다녀봐야 찾아 먹을 만한 먹이가 더이상 집밖에 없으면서부터일 것이고,
그 시점이 되면 비로소 사람들은 돼지를 우리에 가두고 먹이를 주어 기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돼지의 모습도 훨씬 멧돼지와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되며,
우리가 아는 돼지의 몰골이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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