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서재의 서재실을 멍하니 둘러보다 각중에 저중의 한 책을 펼치고 싶단 생각이 퍼뜩 든다.
왜 그렇지 않은가? 책은 무지막지 많은데 생각이 좀 길어지면 저 많은 책 중에 이것이다 하는 책이 없는 그런 기분 말이다.
이럴 땐 내 경험으로 보면 아무거나 집어야 한다.
그리하여 느닷없이 잡은 책이 이 친구다.
얼마전 우리 공장 문화부를 갔더니 가져가라 내놨는데 선택을 받지 못해 나뒹구는 것을 들어다가 서재 방바닥에 쳐박아 두었으니 그러다 용케도 수중에 들어왔다.
저 두껍한 책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니 무수한 내 손을 거친 책이 그러했듯 이 친구 역시 읽다간 내치리라.
누구나 그렇듯이 우선 저자를 살핀다.
양코배기다.
보통 이런 양코배기 책으로 국내 소개되는 것들은 보통 수준이 높고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문체가 졸라 화려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이 역시 그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다.
이 친구 어떤 글들에서 인용되는 모습을 본 듯 한데 그래도 도통 그 맥락이 기억나진 않는다.
암튼 양코배기에 캐나다브리티시콜롬비아 교수로 재직 중이라니 뭔가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다음으로 역자를 살핀다.
해사 영문과 교수이긴 한데 전공이 복잡다기해 인지언어학이란다. 뭐 생소하진 않지만 반가븐 세부전공은 아니다.
저역서가 열라 많다 소개하는데 뭔 괄호 속에 우수학술도서니 하는 부연이 이리 많은가?
우수한 학술도서치고 우수한 책 나는 못 봤다. 철저히 농가묵기다. 이 양반이 그에 해당하는지는 이번 역서를 보고 판단하겠다.
그와 관계없이 제발 약력소개할 적에 내 책이 어디에 선정됐니 하는 그런 말은 삼가주길 바란다. 노벨상 아니라면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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