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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대체로 역사의 유산이 되었지만 춘궁기는 딱 이 무렵이라 쌀독에 쌀이 동나고 보리를 수확하기 직전 몇달은 고통이었다.
이때 초근목피로 연명하거니와 멀건 죽에 나물 이파리 몇 개 던져놓고 끓인 죽으로 연명했다.
요새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관찰 예능을 보면 젤로 듣기 싫은 말이 산은 먹을 게 지천이라는 표현이거니와 제발 저 따위 허황한 말은 쓰지 않았음 싶다.
면적 대비 소출이 가장 적은 데가 산이라 요새야 멧돼지 한 마리면 포식하지만 그 넓은 산을 왼죙일 뒤져도 먹을 거 하나 없는 데가 산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이 산을 개조해야 한다는 통념이 투철한 바, 숲이 지구의 심장이니 하는 엄한 소리 집어치고 산림을 쏵 개비해서 진짜로 가면 함포고복하는 그런 데로 바꿨으면 한다.
예컨대 이 산은 잡목 다 뽑아버리고 도라지 잔데 더덕만 잔뜩 심쿠고 저 산은 다래 으름 머루만 졸라 키우며 또 저 산은 밤나무 잣나무만 졸라 심어 그 유실수림으로 조성하는 방법 말이다.
자연은 냅삐리 두어야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특히나 이 저주 받은 한반도 산림은 첨부터 끝까정 인간이 개입해 쏵 뜯어곤쳐야 한다.
개입하지 않는 산은 책임방기다.
얘기가 옆길로 샜다. 송화가루 휘날리는 지금 무렵이면 소나무 껍찔 까서 그 속피로 허기를 달랬으니 초근목피 그 선두주자는 소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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