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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둔芚과 동구미, 상장례의 필수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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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芚)이 무엇일까?

전근대 기록에는 유둔(油芚)이니 초둔(草芚), 지둔(紙芚)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르는지 알기 어렵다. 의궤에 많이 나오는데, 이는 상장례에 필요한 물품이었기 때문이다.

둔(芚)은 오늘날 동구미라는 뜻으로 풀이하는데, 동구미는 짚으로 둥글고 울이 깊게 결어 만든 그릇으로 주로 곡식이나 채소 따위를 담는 데에 쓰인다.

어쩌다가 둔(芚)이 동구미를 이르게 되었을까?

《세종실록》 5년 1월 9일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좌대언(左代言) 권도(權蹈)의 어머니 숙경 택주(叔敬宅主) 이씨(李氏)가 죽으니, 부의(賻儀)로 종이 1백권, 초 열 자루, 초둔(草芚) 【띠[茅]를 엮어서 덮기도 하고 깔기도 하는데, 민간에서 이를 초둔이라고 한다. 】 과 관곽(棺槨)을 내렸다.”

○左代言權蹈母淑敬宅主 李氏卒, 賜賻紙一百卷、燭十條、草芚、 【編茅或蓋或藉, 俗謂之草芚。】 棺槨。


《세종실록》에서는 초둔에 대해

【띠[茅]를 엮어서 덮기도 하고 깔기도 하는데, 민간에서 이를 초둔이라고 한다. 】

라고 협주夾註했다.

이처럼 협주한 것은 한자의 훈으로는 풀이가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종실록》을 보면 띠를 엮어 깔거나 덮을 수 있는 것을 둔(芚)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오늘날에는 ‘동구미’ 또는 ‘둥구미’가 깔개나 덮개가 아니라 그릇을 이르게 되었을까?

그 변화를 나는 모르겠으나 동구미가 원래는 범주가 넓었으나 점차 그 의미가 축소된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원주시립박물관에 전시된 것들을 보면서 둔(芚)이 깔개나 덮개라는 것은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하튼 동구미 또는 둥구미라는 우리말을 음차하여 이를 둔(芚)으로 표기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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