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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로마가 품은 한국] 조유진 이크롬 세계유산 리더십 프로그램 매니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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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는 우리한테 익숙한 조직체계랑 다른 구석이 많고, 또 보니 그 내부에서도 승진이니 뭐니 해서 달라질 수밖에 없을 테지만, 암튼 근자 인터뷰를 보면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근거지를 둔 ICCROM 이라는 문화재 관련 국제기구에서 세계유산 리더십 프로그램 매니저라 스스로 소개하기도 한 모습을 보니, 그러면서도 무슨 코디네이터 coordinator 라는 직책도 쓰는 듯한데, 우리한테 익숙한 직책으로는 어느 정도에 해당하느냐 물은 적 있으니, 과장이나 부장 정도에 해당한다 한다. 
 
그러고 보면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한 셈인데, 우리 말로는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 정도로 옮기는 저 국제기구에 안착한 느낌이 있다. 그 위로 실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위로 이 기구를 총괄하는 대빵 사무총장이 있으니, 흔히 우리네 기구로 치면, 대표 아래 사무국장 아래 포진하는 셈이다. 



 
이 국제기구는 문화재 보존·복구를 표방하며 1956년 제9차 유네스코 총회 결의에 따라 1959년에 등장했으니, 정부 간 기구로는 연원이 아주 깊다 할 만하다. 조직 현황을 물으니, 상주하는 직원은 서른명? 서른 다섯명 정도 미니급에 해당한다는데, 이 작은 조직으로 세계유산 관련 업무 중에서도 등재나 삭제와 직접 관련 없는 여타 업무를 포괄하니, 다들 가랭이가 찢어지는 삶을 산다 하겠으며, 이에서 오늘 말하고자 하는 조유진 씨도 하등 예외가 없어, 그 하는 업무행태를 보면서 내가 자주 하는 말 "당신 그러다 골로 간다"는 말이 빈말을 아니니 
 
출장, 그것도 해외 출장으로 점철한 인생이라, 출장이 없는 달이 없는 듯하고, 그 출장하는 양태도 보면 연중 삼분지 일은 그에 해당하는 듯하다. 그래서 로마에서 와서도 얼굴 한 번 보고 밥 한 번 사준다 해도, 얼마나 콧대는 높은지, 지만 바쁜가? 나도 바쁘다. 세상에서 제일로 바쁜 사람은 대통령도 아니며, 더더구나 이크롬이라는 코딱지 만한 국제기구 중간 간부도 아니요, 자발해서 백수가 된 사람 아니겠는가? 



 
언제 언제 출장이 있다 해서 피해가고, 또 그것이 아니라 해도, 한 번 보낸 카톡 씹기는 예사라, 그 피드백은 반나절이 지나야 온다. 혹자는 이번 슬렁슬렁 로마 한량 방랑에서 그가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아닌가 하겠지만, 개중 두어개 있기는 하지만 어디를 가 보시오 하는 퉁명한 대답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니와
 
저 성정 남들한테 풍기는 그런 친철 혹은 친절할 법한 이미지와는 아주 달라서, 아버지 잘 만나 아주 어린시절부터 해외 생활을 오래한 탓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 사고 방식 자체가 전형하는 한국형과는 거리가 내가 보기에는 한참이나 멀어, 자질구레하게 보이나, 나 같은 해외 멍충이들한테는 요긴한 그런 정보를 달라는 요구는 아주 질색을 하며.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인데 왜 나를 괴롭히냐 하는 그런 타입에 가깝다. 




 
해외 생활을 오래한 덕분인지, 내가 증오하는 해외특례 입학 이런 자격이 주어졌을 텐데, 당신 같은 특례를 불알 두 쪽 달고는 오로지 실력 하나로 대학 관문도 뚫어야 했던 나 같은 사람은 증오한다는 말에 그래도 그런 편한 방식이 아니라, 영어 논술인가 뭔가 하는 그런 방식을 통해 당당히 고려대 사학과로 들어갔다는 말로 대꾸한 기억이 있는데, 사학과라 하면 문화재 관련 업무, 특히 문화재청과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냐 하겠지만, 솔까 대학 전공과 행정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암짝에도 소용없다. 내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해서, 미술사를 했다 해서, 고고학을 했다 해서 그게 문화재 행정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그에서 배운 것은 단 하나도 그 행정에 도움이 될 수는 없다. 
 
그 역시 그랬다고 기억한다. 지금은 세계유산 하면, 적어도 국내무대에서는 최고 이론가요, 실무자로 통하며, 그래서 다들 세계유산 등재한다 하면 다 달려가서 자문을 구하는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었지만, 그 자신이 한 말도 있고, 또 내가 봐도 우리네 대학 교육 꼴을 보건대, 그가 사학과를 나왔다 해서 무슨 문화재행정에 소양이 더 있었겠는가? 


이크롬 로마 본부


 
대학 갓 졸업하면서 혹은 그 무렵, 우연히 문화재청 세계유산 관련 업무 7급인가 암튼 그 어간 순전한 실무자를 뽑는다는 공채 공고를 보고 그에 지원할 때만 해도, 그 자신은 세계유산이 무엇인 줄도 몰랐다 한다. 하긴 대학 사학과에서 무슨 세계유산을 가르치겠는가? 가르치는 교수도 세계유산이 무슨 귀신 씻나락인 줄 아는 마당에 말이다. 요새는 하도 이 분야가 뜨고 돈이 된다 해서, 기웃대는 관련 교수가 조금은 많아지긴 했더라만, 내 보기엔 다 얼치기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가 대략 20년이 지나 이제는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무대에 내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세계유산 인재가 되었으니, 이는 순전히 그 자신이 문화재청에서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전담하며 체득한 실무에 기반한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하겠다. 
 
지금 이 순간도 내 성정이 유감없이 드러나지만, 내가 매양 하는 말로 나는 교수라서, 박사라서 거덜먹하면서도 실상 그 내실은 하나도 없는 쭉정이들을 증오한다 했거니와, 그러면서도 그와는 상관없이, 또 저런 지위 혹은 자격이 있으면서 명실공히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들한테는 한없이 나를 숙이며 깨끗이 승복한다 했거니와, 문화재 업계에서 조유진은 바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나는 그의 전문성을 존경하며, 무엇보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들을 존경한다. 그는 실무를 부대끼며 끊임없이 성장에 오늘에 이르렀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성장 중이다. 
 
이런저런 일로 10년 정도만에 문화재청을 떠날 수밖에 없던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게 자발적 백수를 선택하고선 내 기억에 1년 남짓인가 암튼 얼마 지나지 아니해서 지나가는 말로 이크롬 채용 공고가 났는데, 거기 지원해 볼 생각이라 하기에, 그 말 듣자마자 내가 그랬다. 
 
"너 붙을 것이다."
 
그는 믿지 않았다. 경쟁자가 한둘이 아닐 마당에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니 그냥 지원은 한 번 해 본다며 손사래를 쳤으니, 그런 반응을 보며 "두고 봐라. 내 말이 사실인지는 곧 드러날 테니"라 했으니, 이미 그 무렵에 그는 이미 세계유산 국제무대에서 소문이 났으니, 나는 누가 지원할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이 결코 조유진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150명인가가 지원했다 하는데, 그 경쟁을 뚫고서 당당히 로마에 입성했다. 훗날 그에게서 들으니, 그의 경력을 보고서는 이크롬이 외려 부담스러워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진출한 로마에서 올해로 7년째인가를 버티는 중일 것이다. 
 
밥 한 번 먹기가 힘들어 겨우 잡은 저녁 한식당 이조에서 방송용 영상 제작 안 하시냐며 굳이 김칫국물 떠먹는 쇼컷 장면을 찍는가 하면, 어차피 제가 반대해도 블로그 올리실 텐데, 대신 사진은 사전 검열하게 해 주세요 하면서, 폰을 뺏어가 사진들을 검색하며, 이런저런 사진들을 지워버린다.
 
그 모습에 나는 파안대소하며 이래서 직필하는 언론은 원천에서 개소리라고 웃고 말았다. 
 
간만에 보니 흰머리가 늘어 "당신도 늙었다. 조만간 내 머리 모양 될 것이다" 하며 낄낄 대며 웃으며, 그래도 친구들보다는 적은 편이라 하더라. 
 
나만 늙겠는가?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이크롬


정식 인터뷰 형식을 빌려 뭔가 하나를 쓰려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잘 아는 사이라, 피차 머쓱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 직장에서 내가 K컬처기획단장으로 있으면서, 주선한 인터뷰가 있어 아래에 첨부하니 이를 참조했으면 싶다. 



이크롬 입주한 이탈리아 문화부


 
아 참, 두서 없는 글 마무리하기 전에 어제 그가 던진 말 중에 하나가 뇌리에 박혀 적어둔다. 
 
내가 매양 한 번 실무자는 영원히 실무자로 끝나는 세태를 비판했거니와, 그러면서 그런 실무자도 좀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더 중요한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부쩍 자주했거니와, 지금 고백하자면, 그 보기 중 하나가 조유진 선생이었다. 
 
그는 실무자로 생장해서 오늘에 이르렀거니와, 실무자로 문화재청을 떠났기에 문화재청 혹은 그 주변에서는 여전히 그를 퇴직 당시의 실무자 조유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확고하다. 
 
그런 내 말에 그가 되물었다. 
 
"실무자가 어때서요? 그게 나빠요?" 
 
 
"ICCROM은 문화유산 보존·복원 위한 공동체…아직 할 일 많죠"
송고시간 2022-10-16 11:00  
문화유산 분야 최고 국제기구의 '든든한 축' 조유진 매니저·정용재 이사
日 20년째 담당자 파견하지만, 한국은 '0'…"국제무대 참여 더 많아지길"
 
https://www.yna.co.kr/view/AKR20221016018600005

"ICCROM은 문화유산 보존·복원 위한 공동체…아직 할 일 많죠"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많은 이들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법하지만 'ICCROM' 혹은 '이크롬'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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