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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로만 글라스 Roman glass 라는 환상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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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함안 말이산고분군 75호분 출토 코딱지 로만글라스 조각을 빌미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마련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 소식을 전했거니와, 그런 학술대회를 나는 기적 이라 일컬었으니 

도대체 저 쪼가리 하나로 저와 같은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조직하는 그 담대함이 나로서는 놀랍기 짝이 없다. 

물론 그 내막이야 내가 왜 모르겠는가? 뭔가 로만글라스라는 것으로 한탕 하기는 해야겠는데, 이미 기존에 로만글라스로 알려진 것들은 너무 많은 논급, 지나개나 한마디씩 다 뱉어놓았으니, 이참에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할 만한 구석은 없을까 하고 있는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떡 하니 경주나 김해가 아니라 떡 하니 그것도 촌구석이라 할 만한(이 용어 쓰는 나를 해당 지역에서는 용서해 주기 바란다. 맥락이 경시는 아니니깐) 함안에서 나와 주니 이때다 싶어 디립다 국력을 총동원해서는 이참에 쏵 로만글라스라 보고된 것들을 분석해 보자! 

그래서 이것저것 분석해 봤으니, 이번 학술대회는 새로운 발굴성과에 버무려 또 새롭다는 과학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해 보자 해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자리! 딱 이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나는 본다. 

그런 점에서 저 코딱지가 저와 같은 휴망거스한 국제학술대회를 조직케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Cage cup from Cologne, dated to the mid-4th century. Collection Staatliche Antikensammlung, Munich

 

꼭 이번 일이 아니라 해도, 한국고고학, 나아가 한국문화사 전반을 걸쳐서도 로만글라스라는 환상이 지배한다. 도대체 로만글라스가 지닌 매력은 무엇이관대 저 코딱지 하나가 일으키는 풍파가 저 정도인가?

이참에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로만 글라스라는 환상 그 자체라고 나는 본다. 이 로만글라스에 대한 환상을 파고 들어보면 한국학이 처한 처참함이 드러나는데, 위선 그에서 나는 한반도를 어케든 벗어나 한국역사 범위를 넓히려는 발악을 본다. 발악이라 하니 어감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 저 말이 안좋다면 처절함이라 하자! 

한반도를 벗어난 역사를 주창하는 학문세계가 그 증거를 요구하니, 이럴 때마다 매양 역사학 혹은 고고학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휘둘러대는 요물이 수입산이라, 그 수입산 중에서도 어랏? 로만글라스는 그 범주가 아주 넓어 당대의 지구촌과 교유한 한반도 위대한 역사 일면을 증언하는 유물 아닌가? 

이 욕망이 드글드글하는 피라미드 꼭대기 지점을 차지하는 이른바 대외교류 대외문물교류 왕좌가 바로 로만글라스라는 요물이다. 

그래서 고고학입네 하는 언저리에 걸친 고고학도 치고 로만글라스 한 번 논급하지 아니하는 학도 없을 정도다. 그래서 매양 신라를 논할 적에, 그 국제성이라는 측면에서 언제나 로만글라스를 내세우며 깃발을 펄럭펄럭하며, 이슬람도 넘어 아예 로마로 이어지는 환상제국을 구축하니 그것이 바로 실크로드다. 

이 실크로드 환상제국도 영역을 급격히 확장해 내가 역사를 배울 적에는 시베리아 스텝지구를 통과하는 이른바 육상 실크로드 중심이었다가 요새는 너도나도 지나개나 해양해양 하는 바람에 인도를 거쳐 동지나해를 지나서 한반도에 상륙하는 해상실크로드 지도까지 만드는 지경에 왔다. 

첫째 로만글라스라 하는 그것이 과연 로마산인가? 이건 최종 확인까지 적지 않은 과정이 필요하다. 자연과학 분석결과? 솔까 나 그거 안 믿는다. 뭐라뭐라 그럴 듯한 분석 결과 들이대는데, 미안하나, 로만글라스 그 범주 자체도 물론이려니와 도대체 그 많은 로만글라스 시료 분석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베이스로 확정되어 공포되었는지 나는 본 적도 없고, 전부 쪼가리쪼가리 단편 분석에 지나지 아니한다. 

 

 

뭐 이런 자연분석이라는 기법이 남발하는 형국이라, 그래서 흑요석 산지가 백두산이네 마네, 무슨 광물이 어디산이네 마네 하는 분석을 내가 보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그 분석 결과 자체야 나는 존중하나 그 비교사례로 제출한 것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로마산임이 확실한 수입품이 동시대 중국을 보면 적지 않이 등장하거니와, 개중 일부가 한반도에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있고, 또 저네가 꿈꾸는 그 환상 그대로 어디 해양을 통해 아라비아 상인이 직접 들어와 바가지 씌워 팔아제낀 물건일 수도 있거니와, 그렇다 해서 뭐가 달라지는가? 두번째로 나는 이를 묻는다. 

So what? 

그런 물음에 기성 학도가 고작 내놓는 답이라고는 활발한 국제교류, 활발한 문물교류, 이거 말고 없다! 그래서 어쨌다고? 활발한 대외교류를 해서 어쨌다고?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다고?

이런 근간하는 물음에 이제는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로만글라스? 로마제국이 주는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로마라는 그 환상, 그 환상의 끄터머리 떡고물이라도 농가먹었으면 하는 그 욕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로만글라스? 

So what?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로만글라스라는 환상이 아니라, 그 환상을 깨부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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