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하지만 나는 말을 키운 적은 없다. 다만 그 이종사촌에 해당하는 소는 키웠으니, 그걸로 등록금 마련해 대학도 들어가고 또 그 소가 낳은 송아지 팔아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고, 그런 바탕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니, 내 삶은 곧 소다 라고 해서 허언은 아니겠다 싶다.
말은 접한 적 없으므로 이 소 키운 얘기로 생각나는 바를 기술하기로 한다.
첫째 임신기간이다. 찾아 보니 대략 283일이라 하거니와, 말은 그보다 더 길고 보폭이 커서 310~387일 정도라 하는데 평균 임신기간은 340일이라 한다.
또한 소나 말은 쌍둥이를 낳는 일이 매우 드물다. 따라서 저 임신기간을 고려하면 1년에 송아지 망아지를 딱 한 마리 뺀다는 결론이 나온다.
둘째 먹성이다. 소는 초식동물이라, 사람이랑 거의 마찬가지로 세 끼 식사를 챙겨야는데, 그 덩치만큼이나 먹성이 엄청나서 엄청 쳐먹어댄다.
둘 다 되새김을 해서 소화하는 것으로 알거니와, 먹성이 까다로와서 풀이라 해서 암것나 먹는 것도 아니라서, 같은 초식동물인 염소 양과도 다르다. 염소나 양은 예컨대 소나무 이파리를 좋아하지만, 소나 말이 소나무 이파리를 먹는 일을 본 적 없다.
소나 말은 잘 먹여야 한다. 풀이 많은 여름이야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문제는 겨울. 이 겨울을 나려면 그 먹이를 쟁여놔야 하는데, 타작하고 남은 콩 이파리나, 볏짚단을 딩겨 라는 것들과 버무려서 먹이로 주곤 했다.
셋째, 그 생육환경이라 둘 다 그 거처공간인 마굿간이 있어야 한다. 마굿간은 소와 말이 좀 다른 듯한 느낌을 받는데, 말은 아무래도 이동수단이라 집 출입구 쪽에다가 마련하는 일이 많지만 소는 조금 달라서 더 후미진 곳으로 들어갔다고 기억한다.
넷째 그 막대한 배설물 처리다. 저들은 엄청 쳐먹기에 엄청 싸댄다. 마굿간은 언제나 깨끗해야 하지만, 언제 일일이 그 청소를 신경쓰겠는가? 특히 배설물 처리는 골머리를 앓는다.
똥은 거름으로 쓰지만, 이것도 그냥 간단히 거름 퍼다가 논밭으로 나르면 되는 일이 아니다. 가공이 필요하다. 시골길을 거닐다 보면 닭똥 소똥 썩어나가는 엄청난 냄새를 자주 접하는데, 바로 그거다.
다섯째 이 배설물과 관련해 더 골치 아픈 일이 파리 모기다. 저 배설물은 엄청난 파리와 모기를 불러 모은다. 여름엔 특히 파리 떼가 성가시기 짝이 없다.
여섯째 그런 까닭에 소나 말은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을 부른다. 요새야 그 배설물 처리 무슨 정화조 같은 것이 별도로 있기는 하더라만, 그렇다고 홍수질 때 보면 그 배설물 그대로 흘러내리는 일 자주 본다.
요컨대 소나 말은 그 한 마리 기르는 것이 고통이다. 그 한 마리로 나처럼 대학을 들어간 사람도 있지만, 그건 무수한 희생을 발판으로 삼는다.
나는 주로 소를 사례로 들어 이야기했지만, 말 역시 저에 비추어 보아 저 이상이다.
나는 그러한 말들이 착장했을 고고유물인 이른바 마구馬具를 볼 적마다 소 키우던 고통이 생각나 소스라치게 놀란다.
한데 한국고고학은 저와 같은 마구를 다루면서 저와 같은 고민은 단 한 군데도 없고, 오로지 편년한다 여념이 없고 양식 변천 표 맹근다 날 새는 줄도 모른다.
고고학이 별건가? 고고학 역시 사회경제사라는 영역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 마구를 보면서 저런 고민들을 생각하고 그런 고민들을 토로하며, 그런 고민들에서 새로운 시각이 나오지, 백날 등자 편년 따져봐라! 그건 개돼지나 하는 일이다.
편자가 5세기에 이런 모양이었는데 6세기 단계에서는 요리 변했다는 건 개돼지나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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