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이 풍경만 보면 고향과 오버랩한다.
대중가요로도 化한 정지용 시 향수 잔영도 있는 듯 하지만 이 옥천 촌 출신 지용은 실은 그 시대 댄디즘 선봉에 선 사람이라 그 시절에 커피 마시며 다방 드나들며 네꾸타이 매고 쓰는 안경도 한창 뽀대 낸 그걸 착장하고 다녔다.
얼룩배기 황소 운운했지만 그 집이 초가였는지 기와집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암튼 옥천 읍내 그의 생가라고 복원한 데는 초가라 그 돌담 흙담엔 저와 같은 풍경을 작위로 연출한 모습을 이태 전에 봤다.
나는 초가서 나고 초가서 자랐다.
국립민속박물관 마당에 뽑아다 놓은 오촌댁은 사대부가 전형이라 저 초가 세트를 해놓고는 호박 심어 저리 해 놨는데 그게 고향이며 우리네 근대 전근대라 해서 저리 해놨음 싶다.
다만 저것이 고향 혹은 향수라는 말과 치환하는 이유는 순전히 윽박과 강요에 의함이다.
고향이라 해서 꼭 저런 것도 아니요 그것이 모름지기 비름빡 호박이어야 하겠는가?
그리 주물한 까닭이지 뭐가 더 있겠는가?
저 호박만 보면 우리 집 애꿎은 호박 말뚝 박힌 기억밖에 없다.
더불어 저 풍경이야 밖에서 바라볼 때나 그런대로 봐줄 만하지 살아봐라.
들끓는 이와 벼룩에 진절머리가 나고 구들은 왜 그리 자주 꺼지고 빵꾸는 잘 나는지 그에서 스며든 방안 연기에 매케한 그때가 떠올라 몸서리를 친다.
고향? 향수? 그건 고통이었다.
신작로 내고 초가 없앤 새마을운동이 혁명인 이유다.
***
고향이라면 모름지기 저래야 한다는 저 이미지를 각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지용 시인 향수를 대중가요 가수 조동진과 함께 노래로 부른 성악가 박인수 선생이 타계했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향수' 부른 국민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 별세
송고시간 2023-03-02 09:20
https://www.yna.co.kr/view/AKR20230302035000005?section=culture/all&site=hot_news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퍼마시고 골프 치는 大家 없다 (1) | 2022.10.15 |
---|---|
마구馬具, 특히 등자의 경우...핵심은 비켜가고 껍데기만 정신이 팔린 한국고고학 (1) | 2022.10.14 |
식은 죽먹기, 오독이 빚은 민주투사 저항지식인 (1) | 2022.10.09 |
문화재 지정의 궁극은 protection and management다 (0) | 2022.10.07 |
인문人文과 천연天然의 괴이怪異한 복합 동거 천연기념물 (1) | 2022.10.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