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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 이야기/마왕퇴와 그 이웃

[마왕퇴와 그 이웃-86] 거마의장도의 말 (8) 순식간에 완성하는 기마전

by 신동훈 識 202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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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구경도 못하던 사람들이 "기마민족"으로 얼마나 빨리 바뀔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역사적 사례가 있다. 

첫째는 미국 개척기의 북미원주민들. 

이들은 유럽인들이 들어올 때까지는 말은 구경도 못한 사람들인데, 

유럽인들이 들고 들어온 말을 타기 시작, 

북미원주민과 미군 기병대 사이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19세기에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들도 호쾌한 기마전술을 펼쳤다. 
 

 
북미 원주민이 불과 몇백년 만에 "기마민족"으로 탈바꿈 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차를 타고 몰기 시작한 것은 얼마나 되었는가? 

말을 사육하여 타고 다니는 것은 간단한 작업은 아니지만, 

수백년이면 말을 구경도 못하던 사람들이 기병대를 조직하여 훌륭한 작전을 펼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일본사에서 유명한 기병 전투하면 흔히 두 가지를 드는데, 

바로 겐지가 헤이케군을 격파한 이치노타니의 전투 (一ノ谷の戦い)와 오다 노부나가가 소수 병력으로 이마가와 요시모토 군을 격파한 오케하자마의 전투 (桶狭間の戦い)다. 

이중 겐페이합전(源平合戦)에서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은 이치노타니전투 (一ノ谷の戦い)를 보면,

미나모토노 요시쓰네가 휘하 기병을 이끌고 절벽을 달려 내려와 헤이케군 배후를 기습함으로써 승패를 결정지었다는데 

이 시기가 서기 1184년으로, 일본에는 이미 말 사육과 기병작전이 확고히 자리 잡아

동일본 지역 일대에는 말 사육장이 다수 설치되어 기병에게 공급할 전투마가 대량 사육되고 있었다. 

일본에 말이 처음 도입된 것이 5세기라고 하고 이치노타니 전투가 1184년에 벌어졌으니

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600여년 만에 이미 화려한 기병전을 운용할 수 있는 경제적-군사적 기반을 완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마음만 먹으면 사실 600년도 긴 세월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고구려=기마민족"이라는 개념은 과연 그 성립의 상한이 언제쯤이었을지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고구려인들 역시 기마전을 수행하기 시작한 역사도 우리 생각만큼 그렇게 길지 않을 수 있다. 
 

이치토타니 전투에서 미나모토노 요시쓰네는 절벽에서 말을 몰고 내려와 헤이케 씨의 배후를 습격하여 승패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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