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계속 안동을 나는 주시 중이다. 이 계절 산불 말이다. 이게 참말로 지랄맞아서 죽은 듯하다 살아나고, 죽은 듯하다 살아나고 이럴 지랄을 떨어대거니와, 오늘만 해도 꼭 이런 일을 반복했으니, 불길이 거의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지 조금 전인데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문화재라는 관점에서 이 산불은 병산서원 앞산까지 날아들어 호시탐탐 병산서원을 노리는 중이다. 현장에 급파된 문화재청 직원들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니 어째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자꾸만 2005년 4월 5일 식목일 낙산사 산불이 어른어른한다.
그때는 참말로 눈 뜨고 당했다. 산불이 덮쳐오는 걸 알고서도 눈 뜨고 당했다. 부처님만은 지키겠다 해서, 부처님 업고 튀었다는 그런 영웅담이 불가에서 많이 전해지는데 21세기에 진짜로 그런 일을 내가 목격할 줄은 몰랐다.
병산서원이 어떤 곳인가? 이곳을 구성하는 모든 건축물 중에서도 만대루는 지켜야 한다.
산불은 바람이 관건이다. 이 바람에 따라 죽었다 살아나고, 산 듯하다 죽은 듯하고, 다시 그 반대를 반복한다. 그 불똥은 수백미터를 바람 따라 훌훌 날아다닌다. 재는 수 킬로미터를 날아간다. 문제는 불똥이다. 이 불똥도 훨훨 날아다닌다. 이런 산불은 내가 어릴 적부터 더러 보던 것이라, 내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잘 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문화재청은 담당자들을 현지에 급파했고, 소방당국에서는 헬기 5대를 동원해서 집중 공략 중이다.
다만, 이제 밤인데, 밤인데, 이게 하나 걸린다.
이런 때를 대비해 화마 피해가 예상되는 피보호대상 건축물을 불연소성 가빠 같은 걸로 덮어씌거나, 혹은 스크링쿨러로 상시 물을 뿜어제끼는 그런 시설이 완비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이 문화재 현장에서는 항용 있었고, 그에 대한 대비가 꾸준히 있었거니와, 더 세심하면서도 철저한 방재책들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만대루여, 살아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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