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참말로 지랄처럼 저주가 년중 내내 폭포수처럼 쏟아붓는 땅이다. 개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라면 봄가뭄 가을태풍이다. 이 두 가지야말로 한반도를 저주받는 땅으로 내모는 양대 기둥이다.
전 국토 70%가 산이라는 말은 이미 《고려사》나 《고려사절요》 등지의 고려시대를 증언하는 문서에 빈출하거니와, 실제 조사에서도 한반도는 실제 그쯤이 산이다. 이 산을 장악하는 다수가 활엽수이어니와, 이 활엽수는 상록수를 제외하고는 가을에 이파리가 져서 겨우내내 바싹바싹 마르다가 봄이면 그 건조함이 극에 이르는데, 이때 대형산불이 난다.
겨울엔 산불이 거의 없다. 왜인가? 떨어진 이파리가 마르지 아니해서다. 은행이파리처럼 불이 좀처럼 붙지 아니한다. 상록침엽수라지만, 이것도 실은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데 솔갈비가 대표적이라, 이 솔갈비 역시 가을에 집중으로 곤두박질쳤다가 겨우내 마르다가 불쏘시개가 된다. 그나마 붙은 칩엽 또한 수분이 거의 없어 겉으론 멀쩡한 듯하지만 불이 잘 붙어 타닥타닥 하고 소리를 내며 잘 탄다. 2015년 식목일 낙산사를 덮친 강원도 산불을 기억하면 좋다.
그에 맞추어 이 저주받은 한반도는 이 무렵 비를 좀처럼 내리지 아니한다. 봄가뭄....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그때 그날은 그때 그날은
웃으면서 헤여졌는데
오늘 이시간 오늘 이시간
너무나 아쉬워
서로가 울면서 창밖을 보네
헤 에에에에
봄비가 되여 돌아온 사람
비가 되여 가슴 적시네
이은하는 80년대 이리 노래하며 심금을 적셨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런 사랑은 없다. 왜?
비가 와야 떠나든 돌아오건 할 텐데 무슨 비가 온단 말인가? 그만큼 이 저주받은 한반도엔 봄가뭄이라는 재앙을 단군할아버지가 선사했다.
비는 와주야 할 때 내려줘야 한다. 이맘때 봄에 그래야 한다. 어느 정도 봄비가 와야 하는가? 발목까지 질펀질펀할 진흙 땅이 빠질 정도로 그리도 흠뻑 내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봄비는 언제나 고양이 오줌 같다.
간혹가다 그런 비가 내릴 즈음이면 엄마는 우리를 불러냈다. 식아! 고구마 심쿠로 가자! 말이다. 순을 따서 심쿠는 고구마는 비가 흠씬 내리는 그날 심카야 했다. 그나마 요새는 그렇게 애지중지 심쿤 고구마도 멧돼지에 남아돌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 아니겠는가?
정약 흠씬해야 할 봄비는 오지 아니하고 가을이면 태풍이 몰아친다. 가을태풍...실제 기상청 통계로도 그러할 것으로 보는데, 태풍은 여름보다는 가을철에 집중 한반도로 들이쳐서 농토를 박살내곤 한다. 나락이 누렇게 익은 들판, 이건 그림에서나 보는 광경일 뿐이요, 만곡이 한창 익어가는 그 시기에 이 저주받은 한반도는 태풍이 들이쳐 국토를 작살낸다.
그 태풍 혹은 그에 맞먹는 폭우가 와야 할 시기는 바로 이때다. 이때 한반도를 들이쳐 댐이며, 저수지며 가득가득 메꿔 놔야 그걸로 1년을 먹고산다.
하지만 한반도는 저주받는 땅이라, 실상은 전연 반대라, 폭우가 내리쳐야 할 봄엔 가뭄이 연속이고, 뙤약볕 쫙쫙 내리쬐야 할 가을철엔 태풍이 들이쳐 그에 널부러진 나락을 바라보며 한탄하는 농부가 넘쳐난다.
한반도는 저주받았다.
이 저주를 이기는 길은 오직 삽질이 있을 뿐이다!!!!!
이 저주는 맞서 싸워 패퇴해야 한다. 퇴각시켜야 한다.
자연? 적어도 이 한반도에 그 자연은 멱살잡고 때려눕히곤 숨통이 끊어놓아야 할 괴물이다.
*** 찔끔찔끔 개구리 오줌 같은 봄비 내리는 날, 애꿎은 단군할아버지 원망해본다.
*** 이 저주받음은 국토개조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나는 자연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그 환경론에 찬동하지 않는다.
이 저주의 반복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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