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했다. 장수행을 앞에 두고선 어디를 봐야 할지 구글 검색기에 장수 라는 두 글자 박았더니 이렇다.
장수풍뎅이 장수하늘소에 장수말벌까지 처참히 곤충들한테 짓밟힌다.
같은 남도 땅 곡성谷城은 하필 영화까지 로케이션이 그짝에서 있은 여파에 곡성哭聲으로 둔갑하는 바람에 그 군수가 그 哭聲이 아니라고 신문지상에 나서 谷城을 변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더니 이짝은 longevity 에 밀리고 장수풍댕이와 장수하늘소 먹이가 되었는가 하면 장수말벌에 여러 방 쏘이더니 빈사 상태라
누군가 이걸 보더니 한껏 조롱하기를 너가 명사냐 해서 맹사가 아이고 석학이라고 쏘아붙이긴 했다만
그래도 명사랍시고 초대되어 그짝을 특강한다는 마당에 그짝을 훑지 아니할 수도 없어 마침내 그 자리 코앞에 두고는 현지행을 결행키로 했던 터였다.
장마철이라 날씨가 신경쓰이기도 했지만, 주말을 맞아 마침 전라도 담양 땅에서 직위해제되어 꿔다논 보릿자루 신세 된 이모 영덕 원장을 불러내곤 가이드하라 부탁했더니 흔쾌히 승락하는지라 해직을 코앞에 둔 그를 해직선배 내가 다독하기를
백수는 부르는 데는 다 가야 한다.
했으니 마침내 담양땅 기준 한 시간 거리인 남원 ktx 역까지 쏜살로 달려왔더라.
장수말벌에서 놀란 내가 한 가지 더 황당함을 경험했으니 서울에서 장수 땅으로 가는 교통편이 문제였거니와 그짝으로 가는 고속버스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고속버스조차 없다니?
오늘 답사 합류를 예정한 세종댁 민군 소리 장군을 합선하러 장수 읍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어서각御書閣이란 입간판이 보여 몽유하는 이처럼 이끌려 들어갔다 나오는 길목에서 조우하는 소방서는 이름이 무진장이었다.
아! 장수는 소방서도 독립채산하지 아니하거나 못하여 무주 진안까지 합쳐서 운영하는구나 했더랬다.
무진장 멀어 무진장이라는 장수는 그렇게 서서히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그것 그렇고 어젯밤 열심히 장수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던 마누라가 그랬다.
"형은 아빠. 장수에는 카페도 없데. 다방만 있데. 외지 사람들이 더러 카페 문을 열기는 했다가 다 망했데."
"그래? 가서 알아보리다."
여담이나, 카페가 있다! 앞서 나는 망고빙수 시식 장면하는 소식을 타전했으니, 그곳이 바로 읍내 에디아 커피숍이었다. 손님도 제법 많았고, 논일 밭일하다 온 듯한 동백기름 바르고 우와기 걸친 중노년 손님은 없었다고 확실히 증언해 둔다.
장수도 젊음을 꿈꾸고,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 치는 예사의 그런 농촌 산촌형 변혁기의 고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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