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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매사냥, 매를 사냥하는가? 매가 사냥하는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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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짝 없이 매사냥이다. 

훈련한 매를 날려서 길짐승 날짐승을 사냥하는 기술을 매사냥이라 한다. 

이 매사냥은 시대를 막론하고 넓은 지역에서 관찰된다. 

흔히 유목민 전매특허라는 인상이 짙으나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했다. 


문제는 용어. 

사슴 사냥이라면 사슴을 사냥하는 일을 말하며 

멧돼지 사냥이라면 당연히 멧돼지를 사냥하는 일을 만한다. 

이에 의한다면 매사냥은 당연히 매를 사냥하는 일을 말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매사냥이라 할 때 매는 사냥하는 도구다. 

사냥하는 대상이 아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명명법임을 직감한다. 

그럼에도 누군가 매사냥이라 부르니 그런 식으로 통용해 온다. 


매사냥은 국내와 국제 두 군데 모두 중요한 인류무형유산이라 해서 국가 권력이나 국제기구에 의해 그 종목이 지정되거나 대표목록representive list에 올라 보호를 받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에서 각각 명칭은 어떠한가?


국내 문화재보호법과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약칭: 무형문화재법 )에 의하면 '매사냥'이다. 

2019년 5월 현재 아직 국가지정문화재에는 오르지 아니한 대신 

대전시무형문화재 제8호, 그리고 전북도무형문화재 제20호로 각각 지정된 실정이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까지 매사냥이 등재되자, 문화재청에서는 이리해서는 곤란하다 생각했음인지 그것의 국가지정 문화재화를 추진하고자 2018년 6월 7일, 문화재청 공고 제2018 - 206호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신청 안내 공고'를 통해 ‘매사냥’에 대한 신규종목 추진을 예고했다. 


이 문서를 보면 문화재청은 매사냥을 "야생에서 매를 받아 이를 훈련시켜 꿩 등을 사냥하는 전통놀이"라고 규정했다. 


이에서 보듯이 매사냥은 매를 이용한 사냥이지, 결코 매 그 자체를 사냥 대상으로 삼는 놀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유네스코에서는 이 놀이를 어찌 표현하는가? 

2016년 이 매사냥은 인류무형문화재대표목록the 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inscribe되었거니와, 그 명칭은 


Falconry, a living human heritage


다. 이에서 보듯이 우리가 말하는 그 매사냥이 영어권에서는 falconry라는 한 단어로 정의됨을 본다. 그 뒤에 붙은 어 리빙 블라블라 하는 표현은 팰콘리라는 표현이 밋밋하다 해서 붙인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 뭐 죽은 놀이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있다는 뜻을 강조한데 지나지 않는다. 




이 매사냥은 우리가 등재를 주도하지는 아니했다. 그러기에는 우리는 그 전통이 거의 멸실되고 겨우 한두 군데 흔적이 남았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들이 매사냥 등재를 추진하자, 우리도 밥숟가락 하나 얹었다. 물론 담당자들이야 열성적으로 했다 하겠지만, 글쎄다. 


암튼 이 팰콘리는 Germany, Saudi Arabia, Austria, Belgium, United Arab Emirates, Spain, France, Hungary, Italy, Kazakhstan, Morocco, Mongolia, Pakistan, Portugal, Qatar, Syrian Arab Republic, Republic of Korea and Czechia가 나란히 이름을 올려 국경을 넘어 초국경超國境 혹은 월경越境 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다. 


등재 문서에 보면 이런 설명이 잡다하게 보인다. 


Originally a method of obtaining food, the practice of falconry has evolved over time to be more associated with nature conservation, cultural heritage and social engagement within and amongst communities. Following their own set of traditions and ethical principles, falconers train, fly and breed birds of prey (which includes besides falcons, birds such as eagles and hawks) developing a bond with them and becoming their main source of protection. The practice, present in many countries around the world, may vary regarding certain aspects, for example the type of equipment used but the methods remain similar. Falconers regard themselves as a group and may travel weeks at a time engaging in the practice, while in the evenings recounting stories of the day together. They consider falconry as providing a connection to the past, particularly for communities for which the practice is one of their few remaining links with their natural environment and traditional culture. Knowledge and skills are transmitted in an intergenerational manner within families by formal mentoring, apprenticeship or training in clubs and schools. In some countries, a national examination must be passed in order to become a falconer. Field meets and festivals provide opportunities for communities to share knowledge, raise awareness and promote diversity. 


뭐 주시할 건 없다.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인데 영어로 써 놓으니깐 그럴 듯하게 보일 뿐이다. 이에서는 우리가 응사鷹師라고 표현하는 매사냥꾼을 falconer라고 표현한 대목이 보인다. 


그렇다면 '매사냥'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을까?

나는 모른다. 


궁금해서 일본판 위키피디아와 중문판 바이두 사전 관련 항목을 보니 두 군데 모두 응수鷹狩라고 표현함을 본다. 이것이 일반적인 표현인지, 아니면 새로이 만든 표현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에서 우리가 주의할 것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매사냥, 곧, 매를 사냥하는 행위는 鷹狩가 아니라 수응狩鷹이라는 점이다. 저 응수라는 표현에는 매를 사냥한다는 의미가 없다. 왜? 한문은 기본이 영어랑 어순이 같아 동사 + 목적어 구조이거니와, 鷹狩는 글자 그대로 풀면 '매가 사냥한다'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네 매사냥에 견주어 응수라는 표현이 실은 본래의 매사냥에 더 맞다. 


일본 위키에서



물론 매사냥이 매 자체를 사냥하는 일이 아니요, 매를 이용한 사냥이라는 뜻으로 광범위하게 통용하거니와, 그런 점에서 이미 굳어진 마당에 저 용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거꾸로 매 자체를 잡는 일은 대체 어떻게 표현한다는 것인가?


결론은 하나다. 


잘못된 용어는 더 굳어지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고문서에서 매사냥은 어찌 표현했을까?


그 맛보기로 내가 실록을 '매사냥'으로 검색해 살피니, 예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조리 '방응放鷹'임을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는 매를 놓다는 뜻인데, 매를 놓아서 사냥하는 일을 말한다. 


이를 존중한다면 우리가 말하는 매사냥은 '매놓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은가 하는데, 글쎄다, 영 생소해서 먹힐지 안먹힐지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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