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군주는 두 번 죽고, 동아시아 군주는 두 번 즉위한다.
生과 死가 정확히 서로를 투사透寫하는 버전이다.
죽음은 예고가 없다. 최고 권력자라 해서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어느날 느닷없이 죽는다.
이 죽음과 더불어 새로운 권력이 탄생한다.
새로운 군주는 先王의 관뚜껑 앞에서 바로 즉위한다. 지존의 자리는 한 순간도 비울 수 없다는 논리 때문이다.
이것이 이른바 현대 국민국가에서는 국군통수권으로 발현한다.
기존 왕의 죽음과 새로운 왕의 즉위 사이, 곧 궐위闕位 기간이 길수록 반란과 음모와 쿠데타가 춤을 춘다.
이것이 1차 즉위라, 이는 준비가 없이 이뤄진 권력교체라 다 재미없어 한다.
진짜 즉위는 그 이듬해 정월이나 2월쯤에 이뤄진다. 그해 앞선 왕이 죽었다 해도 죽은 그해는 그 죽은 왕의 시간이다.
새로운 왕의 시간은 그 이듬해 정월에 시작한다. 이 정월이 오기까지는 준비 기간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이웃 국가에도 국상이 났으니 조문하라, 새로운 왕이 즉위했으니, 인사나 하자 해서 초대장을 보낸다.
그렇게 해서 국내외 축하객이 대대적으로 몰린 가운데 여의도광장에서 즉위식을 한다.
이것이 바로 진짜 즉위이며, 이것이야말로 권력의 새로운 탄생을 올리는 신호탄이다.
그렇다면 죽은 왕은 어찌 되는가? 두 번 죽어야 죽음이 완성된다.
죽어서도 절차가 복잡해 이 꼴을 보면 죽고 싶지 않을지 모르겠다.
첫째 생물학적 죽음이 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사망을 말한다.
둘째 상징으로서의 죽음이 있다.
이 두 가지 죽음이 세트를 이루어야 비로소 그는 진짜로 죽은 것이다.
생물학적 죽음과 상징으로의 죽음 사이 기간을 거상居喪한다 하며 이 기간을 빈殯이라 한다.
바로 빈소殯所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시신은 무덤에 최종 매장되는 순간까지는 임시 무덤에 모시게 되는데 이 임시 무덤이 바로 빈소 혹은 빈전殯殿이다.
그 관을 재궁梓宮 찬궁 등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빈 기간 죽은 사람은 어찌 간주하는가?
놀랍게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빈하는 기간 죽은 사람은 산 사람과 똑같이 대우한다.
1971년 7월 무령왕릉이 천 오백년만에 문을 열었을 때 그 모습이 바로 이 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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