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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무엇을 위한 대학의 고고학 발굴인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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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본 주제와 관련이 없음> 

근자 어느 고고학도가 유명을 달리한 일이 있었으니, 나 역시 친분이 다대했던 고인이라 날벼락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듣자니, 고인은 본인이 재직한 대학 부설 박물관이 수행한 발굴조사와 관련한 일로 각종 조사 혹은 감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것이 직접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참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작금 국내 고고학 발굴사정을 보면 관련 국가기관, 그리고 발굴전문 법인이 발굴을 전담한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한지는 실은 오래지 않았으니, 10년 전만, 혹은 대략 15년 전 이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지금의 발굴 절대를 대학박물관들이 수행했다. 발굴 현장에서 대학박물관이 도태된 것은 시대 흐름이었고 소명이었다. 이것이 이리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새삼 말하지 않겠다.

90년대 중반, 전문발굴 법인으로는 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현 영남문화재연구원)이 처음 출범한 이래 2000년대 접어들며 이런 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지금은 그 숫자가 물경 100을 헤아린다. 이리되자 기존 발굴을 독점한 대학과 대학박물관에서도 당연히 반발이 쏟아졌다. 이들은 언제나 말하기를 새로운 매장문화재 관련 법률이 대학을 원천에서 발굴현장에서 퇴출시켰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지금도 그런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고 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교육이다. 교육을 위한 발굴까지 원천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조차 역시 반대했다. 이상과 현실은 달라서, 나는 저들 대학 현장에서 말하는 교육을 위한 발굴이 제대로 시행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 점은 대학 종사자들에게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대학박물관이 그것이 교육용이건, 혹은 구제발굴 구제용이건 그 어떤 발굴에도 나서면 안되는가? 무엇보다 회계 처리 문제 때문이다. 이 회계 문제로 얼마나 많은 비리가 있었던가?

심지어 민법상 비영리법인인 작금의 전문발굴조사단조차도 이 회계 처리 문제로 거의 박멸에 가까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이 엇그제였다. 현행 박물관 혹은 대학 시스템으로는 고고학 발굴에 따르는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혹자는 요새는 그런 일을 대학본부 회계팀에서 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그것을 한번 맡아본 이는 회계가 얼마나 중대하며, 골치아픈 문제인 줄을 안다.

현장 교육은 다른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그 방식까지 내가 지금 제시할 수는 없다. 회계처리 문제 외에도 다른 산적한 현안들이 있으니, 그에 대해서는 추후 발언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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