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oul City Wall >
한양도성 등재 실패가 확정된 꼭 1년 전인 작년 3월 21일, 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전재한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가 좌절했다. 한데 그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이 세계유산 등재에 본격 나선 이래 그 포기 방식이 최악이다. 등재 서류를 심사하고 현지를 실사한 세계유산위 자문기구 이코모스는 한양도성에 대해 not inscribe로 결정했다.
이는 이코모스 평가 중에서도 최악이다. 이코모스는 해당 문화유산 후보를 네 단계로 정해 세계유산위에 보고한다. 최상위는 물론 inscribe라, 그 다음이 refer, 그 아래가 defer이고 최하위가 not inscribe다. not inscribe가 무엇인가? 등재 불가 판정이다. 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일찍이 이런 일이 없었다. 남해안 공룡화석도 defer였다고 기억한다.
이로써 기세 좋게 나가던 한국은 2년 연속 거푸 고배를 마셨다. 작년 한국의 서원도 좌절했다. 올해 한양도성이 좌절했으며 내년에 예정한 한국의 전통산사도 좌절한다. 날더러 점장인가 묻지 마라. 전통산사도 실패한다.
이 중에서 서원과 산사는 나는 책임을 이배용에게 돌렸지만, 실은 더 큰 책임이 있는 자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다. 이배용에 빌붙은 자들이 있다. 부화뇌동한 자들이 있다. 자리를 원한 자들이다. 직책을 원한 자들이다. 알량한 용역비 노린 자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배용이 국가브랜드위원장이라 해서, 그리고 이배용이 문화재청장으로 올지도 모른다 해서, 그에 빌붙어 부화뇌동한 자들이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와 보조를 같이 했으면서도, 진정 그 가치를 알리고자 한 헌신적인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자격도 없는 서원이며 산사를 밀어붙인 자들이 이배용만이 아니다.
우리의 세계유산 정책은 이제 한계에 왔다. 혹자는 그 후보의 고갈 상태를 말하지만 이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썩었기 때문이다. 그 썩은 놈들이 또 정권을 연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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