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생 때 '내셔널 지오그래픽' 키드로서 이에 대한 막연한 리스펙트가 있는데 필자와 동시대 사람들은 아마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였을 것이라 본다.
적어도 필자보다 위 세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고 한다면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종의 경외감이 있었다.
이런것은 서구도 마찬가지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같은 소설과 영화는 주인공 여성이 바람 피우는 대상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 기자가 아니었으면 스토리 자체가 성립 되었을 리가 없다.
남자 주인공 자리에 뉴욕 타임즈 기자나 KBS 기자를 갖다 놔봐라. 소설은 출판도 못했을 것이다.
필자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자를 직접 만나 본 것이 2006년의 일인데, 다름 아니라 원이 엄마 이야기 때문이었다.
스페인 땅에서 열린 학회에서 편집자를 만나 원이 엄마 스토리를 이야기 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한 차례 이 블로그에서 자세히 쓴 바 있어 더 부연하지는 않겠다.
당시 필자가 실견한 것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여전한 문화권력으로서의 위세였다. 그 학회에는 NGM의 시니어 에디터가 참석했었는데 사실상 학회 중간의 쉬는 시간에는 좌중의 대화 중심이 되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시니어 에디터라는 명함 하나만으로도 그 학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관심과 존중의 뜻을 보여주었는데 사실 학회에서 이런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문화권력으로서의 위세가 전 세계를 흔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편집부를 통채로 짤라버린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인수한 디즈니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최대자산이라면 결국 그런 문화권력으로서의 위상이 될 텐데 그 위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 잡지의 편집부다.
그 편집부 자체를 통채로 짤라버리겠다면 도대체 디즈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왜 인수한 것일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최근 판매부수 급감으로 고전하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1980년대까지 전 세계적으로 1200만부를 찍어 팔았는데 지금은 '겨우' 650만부 밖에 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도 참....).
그렇다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억 4천만 명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이 잡지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권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고, 그 가능성을 디즈니가 알아챈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천하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전 세계 문화권력의 아이콘으로서 군림하던 이 잡지 편집부 전원을 해고할 수 있는 정도의 또 다른 문화권력이라면 디즈니밖에 없다.
아마도 다른 누구도 그렇게 할 엄두도 내지 못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백년이 넘은 이 문화권력의 상징이 어떻게 될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형태의 문화권력으로 거듭날지, 아니면 디즈니라는 적수이자 동업자의 마수에 걸려 수술대에서 최후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다.
아 참.
지금 이 시대는 천하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절대적 문화권력도 수술대에 올라가야 하는 시대다.
손안에 들어 있는 작은 권력에 집착해서는 문화산업으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디즈니,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거대 문화권력을 상대로 싸울 방법은,
국내에서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문화권력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쪽이 있다면,
그런 것 다 내려놓고 원점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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