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이야기를 이어가면, 문화재는 또한 그것을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에 따라 동산문화재와 부동산문화재로도 분류할 수 있다. 이 경우 심각한 논란이 있거니와 어중간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동산의 개념 자체가 변했다. 그리하여 부동산으로 간주되는 것 중에서도 옮기는 일이 썩 불가능하지 않으니, 예컨대 탑이나 건축물이 그러하다. 이건 부동산으로 간주되어야 하겠지만, 실제 다반사로 이동한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재보호구역이다. 제자리를 떠난 문화재가 이런 논란을 극심하게 유발하거니와 예컨대 어느 사찰에 있던 문화재가 아파트 단지에 갈 수도 있다. 그것이 보물 같은 문화재라면 현행 지정제도에 의하면 골때리는 일이 발생하거니와, 주변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이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런 일이 실제로 있다.
김천 직지사 대웅전 마당 삼층석탑. 이 쌍탑은 문경 도천사지에 있던 것을 1974년에 옮겨온 것이다. 이를 부동산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동산으로 볼 것인가는 문제다. 이는 문화재보호구역 설정과도 밀접하다.
이때 부동산을 어찌 정의할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다. 예컨대 "원래 자리에 본래 풍모를 유지한 경우" 같은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설사 이동했다고 해도 그 이동한 이래의 역사 자체가 역사경관과 합치할 때가 있다. 예컨대 A라는 사찰 탑을 B라는 사찰 대웅전 앞으로 옮겨온 지가 100년이 넘었다 치자. 이 경우 이 탑은 이미 B와 일체화한 역사경관으로 봐야 한다. 이런 때를 대비한 단서조항이 엄격히 있어야 한다.
둘째, 주로 발굴현장에서 빈번한 이전 문화재다. 무덤이라든가 건물지까지 특정한 지역으로 옮기는 일이 빈발한다. 보통 이런 문화재는 부동산 문화재로 간주하지만, 이미 옮겨간 문화재는 어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이동성 여부에 따라 동산/부동산의 두 문화재로 분류하되, 이런 가변성에 대한 엄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성남 판교박물관. 삼국시대 석실분을 이전 복원했다. 이를 부동산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동산으로 볼 것인가?
다음 이와 연동해 점 단위와 면적단위 문화재의 분류에 대해서는 추후 살피기로 한다. 문화재보호구역, 소위 버퍼 존은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 문화재에만 국한하는 문제다. 따라서 문화재보호법 문화재 분류 체계에서는 동산 부동산 문화재에 대한 실로 엄격한 정의와 개념이 있어야 한다. 이게 현행 문재법에는 없다.
어떻든 요컨대 분류체계는 엄격해야 하며, 확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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