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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불합리한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분류체계(1)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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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골백 번 지적했지만, 문화재청에서는 여전히 고칠 생각도 않고, 콧방귀도 뀌지 않는 대목이다. 고치려 하는데 잘 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여직 요지부동인 걸 보면, 문제는 문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그 제1장 총칙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이 "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면서, 그 총칙 2조(정의)에서는 그 많디 많은 문화재를 다음과 같이 크게 네 종류로 범주화한다. 



당산제. 이는 유무형 분류에 의하면 무형문화재에 속한다.




1. 유형문화재

2. 무형문화재

3. 기념물

4. 민속문화재


이거 누가 이리 처음 만들어 현재까지 전해지는지, 논리학의 논자도 모르는 사람이 만들어낸 중구난방 콩가루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을 분류하려면, 무엇보다 기준이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더구나 그 기준은 한치 어긋남이 없어 같은 준거가 동원되어야 한다. 예컨대 사람 키를 재는데, 어떤 사람은 미터법을 써서 170센티미터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피트 법을 써서 어떤 이는 키가 6피트1인치라고 할 수 없는 까닭은 그 준거가 다른 까닭이다. 키를 잴 때 미터법이면 미터법을 쓰고, 피트법이면 피트법만 쓰야 한다. 한데 이 문화재보호법은 그러지를 못해서, 중구난방을 방불한다.  


문화재는 형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유형과 무형 두 가지 범주가 있을 뿐인데, 그에다가 기념물과 민속문화재를 첨가했으니, 닐리리 짬뽕이 벌어진다. 이 준거에 의하면 기념물과 중요민속문화재는 유형문화재이기도 하다. 유형과 무형이 어떤 개념인지는 새삼 말할 나위가 없을 터이고, 기념물은 저 문화재보호법은 다음과 같이 정의, 세분하거니와, 


가. 절터, 옛무덤, 조개무덤, 성터, 궁터, 가마터, 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史蹟地)와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로서 역사적ㆍ학술적 가치가 큰 것


나. 경치 좋은 곳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크고 경관이 뛰어난 것


다. 동물(그 서식지, 번식지, 도래지를 포함한다), 식물(그 자생지를 포함한다), 지형, 지질, 광물, 동굴, 생물학적 생성물 또는 특별한 자연현상으로서 역사적ㆍ경관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


저 세 가지 하위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 모두 유형문화재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으로 네 번째 문화재 하위 범주인 민속문화재를 볼짝시면, 그것을 저 법이 정의하기를 


의식주, 생업, 신앙, 연중행사 등에 관한 풍속이나 관습에 사용되는 의복, 기구, 가옥 등으로서 국민생활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


이라 하거니와, 이 역시 언뜻 무형문화재에 속할 듯하나, 그런 무형문화를 함유한 '유형' 문화재를 말하는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군위 인각사. 이는 현행 문화재 분류체계에 의하면 유형유산이다. 자연 혹은 무형유산으로 기준을 삼을 때는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문화재는 그것이 형태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느냐에 따라 그러한 유형과 그러지 못한 무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분류를 위한 준거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네스코가 채택한 세계유산협약을 보면 그것이 인간이 남긴 것이냐? 아니면 자연이 남긴 것이냐에 따라 


1. 자연유산(Natural Heritage) 

2. 문화유산(Cultral Heritage) 


이 두 가지로 나눈다. 이 준거는 그 유산(Heritage)을 형성하는 힘에 인간이 개입했느냐 아니 했느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물론 유형과 무형, 자연과 문화의 경계가 애매할 때도 많다. 예컨대 유형이면서 무형의 성질을 아울러 지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자연유산이면서도 문화유산이 복합한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DMZ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것은 인문환경이면서 자연환경이기도 하다. 그때는 그 중간지대로 복합유산(Mixed Heritage) 개념을 도입하면 그뿐이다. 요새는 부쩍 부쩍 무형유산 개념이 강화하는 추세에 있기도 하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아울러 그것이 관련 국가 기관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로 분류도 가능하다. 이처럼 분류 기준은 그만큼 다양하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분류에 동원하는 준거는 동일해야 한다. 몸무게를 재는데 나는 킬로그램을 쓰고, 저쪽은 파운드를 쓸 수는 없는 법이다. 


한데 우리의 문화재보호법은 어찌하여 유형과 무형 외에 기념물과 민속문화재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법률 자체가 불합리의 투성이인데, 이런 준거 분류부터 손대야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구습과 인습이라는 이름으로 그 불합리를 묵수해야 하겠는가? 


*** 이상은 그간 내가 이곳저곳에서 토로한 문제의식을 다시금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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