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유적 화산재 아래서 고대 로마시대 '레다(LEDA)와 백조' 벽화 발굴 소식을 전한 우리 공장 로마특파원 현윤경 기자가 어제는 새로운 문화재 관련 유의미한 소식 하나를 더 타전했으니, <기울기 감소한 伊 '피사의 사탑'…"17년간 4㎝ 바로 서">라는 제하 기사가 그것이라, 살피니 내용인즉슨 2001년 이래 17년 동안 피사의 사탑 안정성을 관찰한 결과 "1993∼2001년 사탑의 구조적 안정성 조사를 위해 가동된 국제위원회가 예측했던 것보다 최근 사탑이 훨씬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2001년 이후 보강 작업 결과 기울기가 4센티미터를 회복함으로써 "지난 2세기에 걸쳐 '피사의 사탑'은 다시 젊어진 셈"이라는 것이다.
피사의탑
그렇다면 이런 기울기 되찾기는 자연발생적이었는가? 보도를 보면 피사대학 지반공학과 눈치안테 스퀘리아 교수 말이 인용되는 바 "기울기가 감소한 것은 지반 강화 작업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 더는 기울어짐을 방치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당국이 그 보강 작업에 착수했으며, 적어도 보도내용 대로라면, 이번 기울기 회복은 그 덕분이라는 뜻인 셈이다.
높이 58.5m, 무게 1만4천500t 대리석 건축물로 이태리 토스카나 주 고도(古都) 피사에 위치한 '피사의 사탑'은 1173년 피사대성당 종탑으로 착공됐지만 그 직후 이미 기울기 시작해 보강 공사를 진행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느라 완공까지 약 200년 세월을 소요했다. 완공 이후에도 기울기가 멈추지 않아 4.5미터가 기울어진 1990년 1월 이후 붕괴를 우려해 관람객을 전면 통제하고는 보수팀을 꾸려 11년 간 강철 케이블을 고정하는 등의 보강을 거쳐 기울기를 4.1m로 돌리고는 2001년 11월 재공개한다. 보도에 따르면 안전 평가를 위해 3개월마다 전문가들을 통해 탑 기울기를 측정하는 한편 구조를 진단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나는 이런 보도 제목과 내용을 접하면서 첨에는 언뜻 보수업자들의 장난 아닌가 싶었다. 보수작업이 이렇게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관련 예산을 더욱 전폭적으로 지원해달라 뭐 이런 불순한 의도를 담지 않았을까 했던 것이다.
더위에 덴 소 솥뚜껑 보고도 헐떡인다고, 우리네 문화재 현장에서 하도 이런 꼴을 많이 본 까닭이다. 이와 비슷하게 언제나 경주 첨성대는 난리를 추어댄다. 구조공학 혹은 지반공학 등등 각종 전문성을 요란하게 내세우는 자들이 틈만 나면, 첨성대가 언제에 견주어 북쪽으로 1센티가 밀려났네 어쩌네 저쩌네 하는 꼴에 구토가 난 일이 한두 번이던가? 나는 그런 짓거리가 첨성대 혹은 그것이 대표하는 문화재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생각 털끝 만큼도 해 본 적 없다. 불순한 의도가 언제나 도사린다는 그런 혐의를 떨쳐내지 않는다.
피사의탑
이래저래 내가 궁금한 대목을 더 풀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 관련 외신 보도들을 더 검색해 봤다. 개중 CNN Travel에 <Leaning Tower of Pisa loses some of its tilt>라는 제목으로 오른 기사가 있어, 편의상 이를 골라 내용을 훑어봤다. 이에 국내 언론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목들을 주축으로 삼아 내용을 보강하면 다음과 같다.
1993년 이래 2001년에 걸친 보강 작업 이후 현재까지 17년간 탑은 대략 1.5 인치(4.5센티) 평형을 향해 기울기를 회복했다. 그만큼 기울어졌던 것이 고추섰다는 뜻이다.
이 탑 안정성 관련 모니터링 책임자인 살바토레 세티스(Salvatore Settis) 교수에 의하면 이는 피사의 탑이 19세기 초반 기울기 상태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기울기 감소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세티스는 "하지만 이 탑이 적어도 향후 200년간은 버텨내리라는 합리적 근거를 갖췄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중요하다"고 자평했다.
피사의탑 내부
기울기 방지를 위한 본격 보강 작업이 시작되기 직전 이 탑은 수직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6도, 13 피트가 기울어진 상태였다. 추가 기울어짐 혹은 붕괴를 방지하고자 당국이 취한 조치는 세티스에 의하면 "기술적으로 복잡하지만 이해가 간단한 개념"을 채택하는 것이었다. 탑이 남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졌으므로, 그것을 도로 세우거나 반대편 방향으로 돌려세우기 위해서는 그 반대편 북쪽 지점 땅을 파내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탑 북쪽 땅은 진흙과 모래였다. 이런 흙을 파내고는 그 자리에다가 구덩이들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 대목이 내가 언뜻 이해가 쉽지 않음을 적기해 둔다. 바로 앞 사진을 보면 철강 보조물을 탑 내부에서 발견하는 바, 이것이 바로 보강물이다. 어중간마다 걸린 모니터링 화면 역시 안전진단과 관련한 모니터링 장치 일종일 것이다.
피사대성당과 피사의탑
그나저나 이러다가 저 탑이 똑바로 서는 건 아닌가?
그러면 망한다. 피사는 저 탑으로 온갖 장사해 먹는데 고추서면 지역 경제 망한다.
뿔이 비뚤어졌다고 그걸 바로잡겠다고 했다가 소까지 잡아버린 우를 반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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