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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뭐든지 팔 때는 싸고 살 때는 비싼 법, 불쌍한 이규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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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백운거사 이규보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다. 그가 서른아홉살 되던 1206년(희종 2) 3월 11일 아침, 집에 양식이 떨어지고 말았다.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인지라, 이규보의 아내 진씨晉氏는 그의 털옷을 전당포에 맡겨서 밥 지을 곡식을 구해오자고 했다.

 

원빈처럼 생긴 전당포 주인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음력 3월이면 벌써 만화방창 봄날인데 겨울옷을 제값 쳐줄 리가 없다. 게다가 몇 달만 지나면 찬바람 부는 겨울인데, 그날이 오면 나는 어떻게 지내란 말인가.

 

이규보는 그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아내는 남편보다 한수 위인 법, 그에게 당장 가족의 굶주림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되물었다.

 

 

"이 옷, 내가 직접 바느질한 거니 당신보다 내가 더 아껴요. 하지만 하루에 두 끼라도 먹지 못하면 다 굶어죽을텐데, 올 겨울을 어떻게 기다립니까?"


결국 이규보의 털옷은 이규보를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규보의 예상대로, 돌아온 금액은 좁쌀 한 말 값! 너무나도 헐값이었다. 

 

이걸 받자고 그 옷을 저당잡히다니, 하지만 이것마저 없으면 마누라와 자식들은 꼼짝없이 굶주려야 하고...

 

공부와 시와 술 실력 말고 별달리 생활능력이 없던 우리의 아재 이규보는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를 이규보는 시로 풀어 친구 최종번崔宗藩에게 보여주었다(아마 좀 도와달라는 뜻이었겠지).

 

그 시 마지막은 이러하다.



손가락 꼽으며 스스로 죄 헤아려
채찍을 들어서 석 대를 때렸다네
이미 지난 일 후회한들 어쩌리오
앞으로 올 일 당연히 쫓아가려네
ㅡ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2, 고율시, "옷을 저당잡히고 느낌이 있어 최종번 군에게 보이다" 중에서


한 가지 더, 이 시는 고려시대 개경에 물건을 담보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물론 전당포 주인이 머리를 깎았다거나, "이거 방탄유리야~!"라고 소리치는 건달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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