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신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이 할매 행보는 정치적 상징을 띤다. 이 시점에 하필 나눔의집을 찾았을까? 더구나 정의연과 그 전신 정대협을 호되게 비판한 마당에 정대협과 더불어 과거사 특히 일본군위안부운동을 양분한 나눔의집을 찾은 일이 나로선 허심하게 보이지 않는다.
두 단체는 출범 이래 언뜻 같은 정신 비슷한 지향을 내건 이른바 동지적 관계로 알기 쉬우나 아주 북잡미묘했으니, 이용수 할매의 정의연과 윤미향 비판을 계기로 다시금 그 복잡미묘함이 수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그 상징적 사건이 근자에 또 있었으니,
이 할매 폭로를 계기로 정의연과 그 대표 윤미향 문제가 불거지는 와중에 느닷없이 나눔의집도 그에 끌려들어가 만산창이에 가까운 융단폭격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첨단을 자처한 데가 MBC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MBC는 불교와 관련해 아주 이상한 행보를 보여주거니와, 이번 사태 와중에서도 이 희한한 행보를 반복했으니
정의연과 윤미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산더미처럼 제기되는 와중에 MBC는 지난 5월 19일 PD수첩을 통해 《'스님들이 만든 터전',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를 방영했으니, 이 역시 나눔의집 운영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그 제기 중 일정 혹은 상당 부문은 사실로 드러나는 지경으로 발전했다.
애초 PD수첩이 이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예고했을 적에 나는 참말로 의아했으니, 이런 논란들을 접근하고자 한다면 나는 먼저 정의연과 윤미향 문제를 다룰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PD수첩은 그건 놔두고 나눔의집을 건드렸으니, 그 예고를 보고는 "아! 물귀신 작전이구나" 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그에 따른 MBC 경영진 교체 이후 이 방송사와 대한불교조계종은 시종일관 극심한 대립관계를 구축 중에 있으니, 조계종에서는 MBC가 반불교 성향을 노골히 한다고 비판하지만, 내 보기에 MBC는 반불교가 아니라 엄밀히는 반 조계종 주류, 특히 자승 전임 총무원장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 자세를 견지할 뿐이다. 다시 말해 MBC는 반 자승 노선이지 결코 반 불교 성향은 아니다.
물론 정치성향으로 보면 현 MBC 주류 집권세력은 친 권력이며, 그런 점에서 정의연 사태에 제기한 나눔의집 문제제기는 그 일환이라는 의혹을 지울 길 없다. 현 집권세력과 친연성이 노골적인 정의연과 윤미향을 엄호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아 나눔의집 문제를 끌고 들어갔다고 보아야 할 듯 싶다.
그런 점에서 나눔의집은 참말로 애꿎은 난타를 당한 느낌도 없지 않거니와, 그렇다면 현 집권세력 옹호라는 측면에서 왜 MBC는 느닷없이 나눔의집을 끌고 들어갔을까? 이 나눔의집 운영주체가 바로 조계종 현 집권세력과 밀접한 까닭이다. 나눔의집은 불교계, 더욱 정확히는 조계종 계열 운동단체다. 현 종단은 전임 자승총무원장 체계의 연장인데, 그 수장 조계종 총무원장이 바로 얼마전까지 나눔의집을 관장한 최고 책임자였다.
이 사건은 MBC는 몰랐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애써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겠지만, 정의연(정대협)과 나눔의집 그 복잡미묘한 관계를 다시금 각인하는 계기가 되었거니와, 두 단체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시종 경쟁관계 비슷한 긴장을 유지했다.
이제는 구문이지만, 정대협과 정의연은 그 태생도 그렇고 실제 인적 구성 주축을 봐도 이화여대와 기독교 이 둘을 양대 주축으로 삼는다. 그런 까닭에 남성과 조계종 불교를 근간으로 삼는 나눔의집과는 근본이 다르다. 작금 논란 중인 윤미향은 학부는 한신대 신학과지만, 우리가 주시할 점은 그 종교지향이 기독교라는 사실이며, 나아가 대학원은 이화여대와 연을 맺었다는 점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대 기독교학과를 석사 수료하고 같은 대학 사회복지대학원에서도 석사를 받았다는데, 1989년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간사가 되었다 한다. 그 자신은 혹 부정하고 싶을지 모르나, 그 역시 기독교와 이화여대라는 두 주축이 강한 근간을 이루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두 단체는 90년대 초반에 나란히 출범했다. 먼저 닻을 올린 쪽은 정대협이라 공식 출범은 1990년 11월 16일이다. 나눔의집은 불교인권위원회가 구축을 이룬 단체로 그 집 개관은 1992년이라, 정대협보다는 약간 늦다. 정대협이 운동단체에다가 연구기능을 가미했다면, 나눔의집은 그 명칭처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뭐랄까? 요새 개념으로는 힐링 센터 같은 데 주안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두 단체가 양립하면서 때로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기도 했으니, 운동성 혹은 학술성에서는 정대협이 앞서나갔다고 할 수 있지만, 실속이랄까 하는 점에서는 나눔의집이 비교우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초반기 양립구도를 형성한다. 특히 나눔의집은 1998년에는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개관하는 '쾌거'를 이룬다.
내가 알기로 정대협이나 정의연이 이런 역사관 혹은 박물관 시설은 아직은 없다고 안다.(이 부문은 내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말미 첨부 기사 참조.) 정대협이나 정의연이 관련 박물관 혹은 전시관 건립을 꾸준히 제기하는 이유도 이제는 생각을 해 봐야 한다. 국립이라는 이름의 이런 시설은 그것을 주도한 단체의 영속화를 의미한다.
한데 잘 나가던 나눔의집이 회오리 바람이 분다. 초창기 이 조직을 이끈 스님이 여자 문제로 낙마하면서 휘청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렵을 계기로 해서 초창기 한창 주가를 올리던 나눔의집이 휘청대는 사이, 이 운동 주축 혹은 상징은 정대협이 장악하는 그런 일로 발전하지 않았나 한다.
아무튼 이 복잡미묘한 시국에 이용수 할매가 나눔의집에 나타났다. 매년 한두 차례 찾는다 하지만, 덧붙여 그 자신은 이번 방문이 큰 의미는 없다지만, 정치상징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 관련기사 ***
시민단체 "독립적인 '국립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설립해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일본군 성노예 제도(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학자들과 피해자 지원 단체가 '국립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설립을 촉구했다.
'국립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가칭) 설립을 위한 전국행동'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정부는 '국립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등 5개 관련 단체가 모여 결성한 전국행동은 "일본 정부가 지속해서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사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은 대부분 세상을 등지고 현재 21분뿐"이라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응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은 출범 초기 100대 국정 과제에 위안부 문제를 포함하고 2018년 8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를 출범시켰지만, 독립성과 안정성이 담보되지 못해 발족한 지 석 달 만에 소장이 사퇴하는 등 파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 하면 한국을 떠올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심장 대한민국에서 홀로코스트 박물관 정도의 '위안부' 역사관 건립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2019.05.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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