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는 고고학과 박물관은 실상 전연 다른 분야이며, 둘은 반딧불과 번갯불 차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일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채용 공고다. 이처럼 웃기는 채용공고가 21세기 백주대낮에 저질러지고 있다.
고고학이 억울한 측면도 있을 테지만, 그건 니들이 하도 나대서 그런 거고 다른 분야, 예컨대 미술사 역사학도 마찬가지다.
저 중에서 거의 유일한 예외를 두어야 할 부문은 보존과학이라 이건 의료계로 본다면 의사 자격 요건을 말함이라, 문화재 치료는 특정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소잡던 사람이 사람을 수술할 수는 없잖은가?
또 신생 학문 분파로 등장한 저 박물관학은 여전히 초생이라 논외로 친다. 문제는 기존 정통 박물관학 분야 양대 산맥으로 간주된 고고학과 미술사다.
내가 고고학 미술사를 전공한 것과 그래서 그런 나만이 박물관 업무에 특화했다는 도식은 그 자체가 오류다. 왜? 고고학 미술사가 박물관은 아닌 까닭이다.
물론 그 전시품 상당수가 고고미술품이라 해서 저런 도식이 자리잡은 역사성을 내가 모르는 바 아니나, 고고학 미술사를 한다는 것이 어찌 박물관을 한다는 말과 동의어가 되겠는가?
둘은 전연 별개다.
그럼에도 둘은 밀접하며 인과관계 혹은 상호보완처럼 간주되어 저런 말도 안 되는 채용이 일어나는 빌미가 된다.
물론 저런 학생들을 길러내는 관련 분야 교수나 학과들은 씰룩씰룩대겠지만, 내가 대학에서 고고학 미술사를 한다는 말이 어찌하여 내가 박물관에 특화했다는 전제가 된단 말인가?
그네들이 재학 중에 박물관 미술관에 일하면서 이른바 그 분야 전문성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이건 저들한테만 허여된 특권은 아니다.
다른 학과 전공생들도 얼마든 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에서 전공 제한이 실은 헌법정신 위배임이 드러난다.
묻는다.
내가 고고학 미술사 전공자라고 내가 박물관 전문가인가?
박물관은 고고미술사 관련 학과나 대학원이 아니며 더더구나 그 연장 variation도 아니다.
고고학 미술사 전공자로 박물관 전문가이기도 한 경우는 딱 한 가지 경우에만 성립한다.
그쪽 전공자로 우연이건 필연이건 내가 거기에 취직해 다년간 경험을 축적하고 무엇보다 그것이 무엇이며 어찌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사고하고 실험한 사람만이 전문가다.
그러는 한편 저쪽 전공자가 전연 아니면서도, 또, 설혹 내가 대학을 못 나왔다 해도, 우연이건 필연이건 내가 거기에 취직하고 또 그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거기서 다년간 경험을 축적하고 무엇보다 그것이 무엇이며 어찌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사고하고 실험한 사람은 누구나 그쪽 전문가다.
작금 박물관은 저 채용 조건이 보여주듯 후자를 원천으로 봉쇄한다는 점에서 탈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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