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가 변영섭이 문화재청장에서 짤린 뒤엔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그 와중에 다름 아닌 사연댐 물빼기를 통한 암각화 보존방안을 그토록이나 목청높이 주창하던 그 변영섭이 하겠다고 싸인까지 한 소위 카이네틱댐 건설을 통한 보존방안이 효과 없는 것으로 판명나는 바람에 이를 두고 졸속정책이니 하는 공방이 있는 정도였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오직 하나의 방안만을 들고 돌진하던 변영섭이 나는 카이네틱 댐 건설 방안에 턱 하니 싸인을 하고, 더구나 그리하고도 사표를 던지지 않는 행태가 몹시도 보기 민망했다.
그렇다면 변영섭만이 독특했는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저 문제가 공론화하기는 내 기억에 90년대다.
이후 문화재청과 그 주변 문화재위 생각은 단 한번도 바뀐 일이 없다.
오직 단 하나.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원인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는 이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그 사이 이와 맞선 울산시는 여러 대안을 들고 나왔다.
아예 유로 자체를 바꾸겠다고 했는가 하면 생태제방안도 들고 나오고 했다.
이런 울산시를 향해 문화재계에선 성토밖에 할 줄 몰랐다.
이를 주도하는 울산시장은 무식하며 그가 내세우는 깨끗한 물이 사기라고 공격만 일삼았다.
사연댐물이 깨끗하다는 울산시 주장은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나 역시 초창기엔 가장 이상적인 암각화 보존 방안이 사연댐 물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방식의 보존방안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왜 그러한가?
반구대 암각화는 비가 많이 올 때 물에 잠긴다.
갈수기엔 모습을 드러낸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자는 주장은 결코 암각화 보존을 위한 최선의 대안일 수가 없다.
사람이 물에 빠져죽는 웅덩이가 있다 치자.
그 웅덩이 깊이가 2미터 이상이라 치자.
저 방식은 그 웅덩이 깊이를 1미터50으로 낮추자는데 지나지 않는다.
대가리만 겨우 물위로 내놓게 하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묻는다.
이게 최선인가?
아니면 응급조치인가?
처참한 몰골이기는 피장파장이다.
물론 최선은 사연댐 폭파다.
하지만 이 방식이 실현될 가능성은 당분간은 없다.
내가 외려 울산시가 주장하는 생태제방안의 역제안을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울산시가 제안한 생태제방안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나는 그리 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경관은 자연히 주어지는 그 무엇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가는 그 무엇이다.
저것이 처음 만들어졌을 그 순간의 경관보다 나는 반구대 경관을 우리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2016. 9. 20)
***
뭐 물에 잠겼다가 말다가 하는 일이 급속도로 암각화 훼손을 불러온다나 어쩐다나?
그래?
암각화는 비즈니스가 되어 돈벌이 수단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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