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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죽기만 기다리는 기자들, 긴즈버그의 경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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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h Bader Ginsburg, Supreme Court’s Feminist Icon, Is Dead at 87

The second woman appointed to the Supreme Court, Justice Ginsburg’s pointed and powerful dissenting opinions earned her late-life rock stardom.

 

뉴욕타임즈 부고

 

미국 연방대법관 긴즈버그가 죽자 뉴욕타임즈 the New York Times 는 이런 미다시를 뽑았다.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원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향년 87세로 타계하다. 

 

정도다. 그렇다면 필생의 라이벌 워싱턴 포스트 the Washington Post는 어떨까?

 

Justice Ruth Bader Ginsburg dies at 87
Ginsburg’s life and career
5:01
(Video: Joyce Sohyun Lee and Elyse Samuels/The Post; photo: AP)
Second woman to serve on the high court was a role model for female lawyers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87세로 타계하다. 

 

워싱턴 포스트 부고 

 

두 신문 모두 풀네임을 적기摘記했으니, 이는 그만큼 사자에 대한 배려라는 뜻이다. 다만, 두 신문을 비교하면, 뉴욕타임즈 쪽이 조금은 구질구질하다. Justice Ruth Bader Ginsburg는 수식어가 필요없어 그대로 고유명사이면서 대명사다. 

 

서구 언론에 견주어 우리네 언론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보기로 흔히 부고기사를 들곤 하는데, 간단히 말해 저 놈들은 참 부고 기사 읽으면 있어 보이는데, 우리는 너무 무미건조하다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저 놈들은 저런 유명인이 죽으면 저리 부고기사를 잘 쓸까?

 

간단하다. 그가 죽기만 기다렸기 때문이다. 저런 유명인은 항용 거의 모든 언론이 부고기사를 미리 써 놓는다. 그리하여 죽기만 기다렸다가 죽었다는 소식만 들려오면 왕창왕창 관련 기사를 쏟아낸다. 미리미리 잘 준비한 까닭이지, 저들이라고 뭐 기자가 용가리 통뼈라고 우리네 기자들보다 능력이 출중하겠는가? 저놈들 중에도 곰바우 천지라, 이런저런 기자 다 섞여있다. 

 

더구나 긴즈버그가 그 녹록치 않은 위상이야 새삼 말할 나위가 없고,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니, 미 연방법원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이제나저제나 긴즈버그가 죽기만을 기다리면서 부고기사나 열심히 손질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안 봐도 비디오라, 기존에 써놓은 부고기사에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치고 손대고 하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렇게 죽어주기만 열라 기다린 그가 마침내 죽으니, 그간 한껏 갈고닦은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다. 연표도 작성하고, 긴즈버그가 간여한 중요 판결기사 역시 그렇게 하나하나 정리해나간다. 그런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이다. 

 

내 말이 틀리는지 그의 죽음이 공식화한 시각과 관련 부고기사가 쏟아진 시간을 비교해 봐라. 죽자마자 쏟아졌을 것이다. 

 

서구 부고기사가 우리네 그것보다 더 좋아? 하도 죽기만 기다리면서 하도 오래도록 축적한 온축인 까닭이지 별 게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다른 분야는 내가 알 바도 없지만, 내가 문화부장 재직 시절에는 각 부문별로 지명도가 아주 높은 이른바 유명인은 부고기사를 미리 써놓도록 한 적 있다. 그런 사람들한테 누가 될 것이므로, 그 실명은 밝히지는 않겠지만, 억! 하는 사람이 문화계도 제법이다. 

 

언젠가 두어번 한 말이지만, 그렇게 애써 써놓은 사람들이 특징이 쉬 죽지는 않더라는....

 

김수환 추기경은 선종하시기 이미 10년도 훨씬 전에 부고 기사를 써놓았는데...그리하여 막상 선종하시자마자 그 옛날에 써놓은 기사를 써먹으려고 다시 빼내기는 했는데, 모조리 한자어 투성이라 그거 고친다고 무척이나 애를 먹었고, 이후 전개된 사항들을 보완하느라 실은 다시 쓰다시피 했다. 

 

아, 그건 그렇고 긴즈버그가 이미 중환 투병 중이라 언제 죽는지는 문제였거니와, 왜 그렇게 저들 부고기사가 있어 보이느냐 하면 요새가 어떤 시대인가? 그의 죽음은 삽시간에 퍼져나가니, 죽었다는 소식을 먼저 전하는 일은 요새는 의미가 없다. 

 

어차피 같은 사안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셈인데, 요새는 이 전쟁이 트래픽 숫자로 결정되는 시대라, 조금이라도 독자의 관심과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미다시를 잘 뽑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유명인 부고기사는 더 있어 보이는 것일 뿐이다. 

 

저들이 더 훌륭해서? 모르는 소리 하덜덜마라. 죽기만 기다린 놈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죽음은 곧 비즈니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美'진보 아이콘'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암투병중 별세…향년 87세(종합)
송고시간2020-09-19 10:52 
권혜진 기자
여성 두번째 연방대법관…여성·소수자 권익 대변한 판결
후임 임명 놓고 정계 대립…대법원 이념지형 달라질지 초미 관심사
트럼프 "놀라운 여성", 바이든 "새 대법관은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www.yna.co.kr/view/AKR20200919022251009?section=international/all&site=major_news02

 

美'진보 아이콘'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암투병중 별세…향년 87세(종합) | 연합뉴스

美'진보 아이콘'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암투병중 별세…향년 87세(종합), 권혜진기자, 국제뉴스 (송고시간 2020-09-19 10:52)

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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