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열암곡 기슭에서 통일신라시대 엎드려 마애불이 발견됐다고 공포되기는 2007년 5월 30이라, 이날 문화재청은 이런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으니, 이를 시발로 우리가 아는 열암곡 불상 사태가 벌어지는 빌미를 마련한다. 물론 그 사태 주동자는 조계종이다. 왜 이에 조계종이 끼어들어 이리 복잡하게 사태가 전개되게 되었는지는 추후 다른 기회를 마련해 보겠다.
이 불상 역사를 이야기할 때 첫째 발견, 둘째 사진 한 장, 셋째 '5㎝의 기적'이라는 간판 달기, 넷째 조계종 끼어들기가 매우 중대한 국면을 만들어갔다 할 수 있겠거니와, 발견 기준으로 15년밖에 되지 않은 마애불 하나가 이렇게 다채로운 역사를 써내려 간 일 역시 기적이라 불러야 한다.
이 불상은 보고 당시 암석(약 610 x 250 x 190cm, 약 70톤) 면을 이용해 고부조高浮彫(최대 약 30cm) 한 형태로 그에 새긴 불상은 석가모니 여래로 추정하고 그 높이는 대략 500cm다.
실제 기초 조사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했는데, 당시 소장은 지금은 은퇴하고 놀고 계시는 지병목.
발견 지점 상단 암벽에서 붕괴해 그대로 얼굴을 아래로 박고 곤두박질치다 암석에 걸려 정지한 상태로, 예서 관건은 그 마애불 코가 멀쩡했는데, 그 코가 암벽과 떨어진 거리가 불과 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하마터면 얼굴을 다 갈아버릴 뻔했다.
이 불상을 소개할 적에 요새 반드시 쓰는 표현 '5㎝의 기적'이라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냈을까?
아래 기사 전문을 보면 그것을 만든 시점과 그것을 만든 사람, 그리고 그걸 만든 시발이 보인다. 발견 6개월이 지난 시점에 '5㎝의 기적'이라는 말이 탄생한 순간이다.
<'5㎝의 기적' 열암곡 마애불 처리 골머리>
모습 드러낸 1천300년 전 마애불상
2008.01.07 06:46:00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현재 한국군 주력 전차인 K1 전차(약 50t)보다 더 무거운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원래대로 세우는 일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총 무게가 70t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은 작년 5월에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작년 9월에 암반과 불과 5㎝ 떨어진 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오뚝한 불상 콧날을 공개할 때만 해도 늦어도 11월까지는 와불(臥佛) 형태로 돌려놓겠다고 장담했다.
나아가 이 마애불을 원래 있던 자리에 원상태로 세우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넉달 가량이 흐른 지금, '5㎝의 기적'이라 일컫는 열암곡 마애불은 여전히 암반을 코 앞에 두고 엎어진 상태로 남아있다.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불상을 완전히 세우는 것은 훨씬 나중에 생각할 일"이라면서 "우선 수평으로 돌려놓기 위해 수리복원 전문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한 업체를 선정하기는 했으나, (이 업체가 제안한 방식이) 안전성 등에 문제가 적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와 다시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대형 크레인이나 헬기를 동원하는 방식도 생각했으나, 지형 조건 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에 전통적인 드잡이 방식이나 공기 펌프를 이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열암곡 불상 세우기가 이처럼 난관에 부닥친 까닭은 마애불을 새긴 바위가 육중할 뿐만아니라 험준한 산비탈 중턱에 곤두박질 친 상태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불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얼굴과 콧날 부위가 워낙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암반과 떨어져 있어 불상을 세우거나 수평으로 놓으려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얼굴이 뭉개질 우려가 크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완연한 형태의 통일신라 마애불상은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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