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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발굴현장은 배우러 가는 곳이지 가르치러 가는 곳이 아니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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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발굴현장 풍광도 사뭇 달라졌다지만 내가 처음 이 업계에 발을 디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 꼴불견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저것이라.


남의 발굴현장을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한 수 가르쳐 주고 말리라는 사명의식으로 투철한 자가 하고 많은지라,

기껏해야 그 현장이라곤 발굴현장 설명회니 공개회니 하는 자리 잠깐 빌려 본 자들이 무에 그 현장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다고 미주알고주알, 이건 토층을 잘못 그렸니, 이 유구는 범위를 잘못 잡았니, 이 토기는 일본 스에끼라 조사단에서 오판했니 어떻니 저떻니 하는 선생 흉내 끝내 못 버리는 자들을 말함이라.


객客에 지나지 않는 이런 뜨내기들이 그 현장 무엇을 얼마나 안다고 저리 구는지 내가 참말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물론 조사단이 오판할 수도 있거니와, 이런 오판이야 조용히 불러다가 슬쩍 얘기해주면 그만인 것을, 잠깐 얼굴 드러낸 지들이 무얼 얼마나 안다고 저리 나대는지 미스터리하기만 하다.


이런 성향은 이른바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자들에게서 유별하거니와 남의 현장을 와서도 시종일관 선생질이다.

나아가 이런 경향은 문화재청이 법과 제도와 인습으로 뒷받침하기도 하거니와 과거 발굴지도워원회와 요즘 그 자리를 대신한 전문가 검토회의가 그것이다.


현장도 모르는 자들이 무슨 지도를 한단 말이며, 현장도 모르는 자들이 무슨 전문가이고 무슨 검토를 한단 말인가?

함에도 지도위원 혹은 검토위원이란 완장만 둘러치면 어깨 힘이 쫙 들어가 이건 이리하고 저건 저리해야 한다고 검토의견서를 써주고 그걸 기반으로 문화재청은 그에 대한 행정 집행을 한다.

이런 형용모순 투성이인 전문가 검토회의는 폐지해야 한다.

부패와 적폐와 권력은 이에서 생겨난다.

지도위원이건 검토위원이건 지랄이건 뭐건 발굴현장은 배우러 가는 것이지 가르치는 교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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