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백발의 학자

by 초야잠필 2023. 12. 23.
반응형

정년후에도 연구를 계속 한다고 한다면, 

학계의 권위, 죽을 때까지 연구하는 어쩌고 하는 이런 이야기는 다 필요 없는 이야기다. 

그게 얼마나 덧 없는 이야기인가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안다.

제대로 돌아가는 학계라면 5년만 지나면 그 이전의 연구

태반은 쓰레기통으로 간다. 

장강의 물결이라는 말을 실감해야 하는 곳이 학계다. 

5년만 지나면 의미가 없어지는 곳에서 이전 수십 년의 학계의 권위 

덧없는 소리다. 

최근 한 곳 현재의 연구를 자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어 내가 설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포지션으로 내가 잘 물러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다만 

나이든 학자들이 공부를 더 하고자 한다면

유심히 주변을 들여다 보면, 

연구비 지원도 별로 없고 

빛도 나지 않는데 

꼭 필요하고 

숙달된 경험이 필요한 작업들이 있다. 

나를 포함한 영감들은 그런 작업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그늘로 숨어들어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그늘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햇빛이 들지 못해 해야 하는데도 하지 못하고 남은 작업들이 그 그늘에는 틀림없이 있는데 

이걸 해치우는게 필자 포함 영감들이 해야 할 작업이다. 

그늘에 남아 있는 작업들이 

꼭 의미가 없어 그늘에 방치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가 60 목전까지 연구를 해본 경험으로는 

한국학계가 발전이 더딘 것은 

양지가 문제가 아니라 항상 음지가 문제였다. 

나라에 볕 안드는 곳 이미 꼭 해놔야 했던 것들이 제대로 되어 있지를 않으니 

학계라는 곳이 항상 기초가 없는 건물 같았다는 생각이다.  

 

전형적인 고사관수도이다. 고사관수는 유교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그림이다. 공자님이 군자는 끊임없이 흐르는 물을 좋아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중단하지 않고 일생을 정진하는 선비의 모습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소리일텐데 물을 본받기도 쉽지 않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