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같은 백수 신세가 된 후배 정신훈화 교육하느랴 요새 좀 바빴다.
그 신참 백수 불러다가 다시 백수가 된 신구 백수 2관왕인 내가 말했다.
"CB야, 이쪽 업계도 일반 사회랑 하등 마찬가지라, 연말이 대목이며, 이 연말에 왕창 땡겨놔야 춘궁기를 견딘단다.
보통 연말이면 관공서 같은 데서 남은 예산 소진하느라, 또 연말에 미뤄둔 행사하느라 부르는 데가 쫌 있을끼다. 이때 와 달라는 데는 다 가야 한다.
피눈물 나는 때가 있는데, 시간이 겹칠 때. 백수한테는 한푼이 아쉬운지라, 시간이 겹쳐서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심정, 이제 조만간 이해하게 된다. 동족상잔 비극? 그보다 고통이 심하다.
나?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지. 같은 날 겹친 거야. 마침 보니 서로 인접 지점에서 행사가 열리고 시간 차이가 조금은 있더라고. A 행사 발표하자마자 금새 줄행랑 쳐서 B 행사장으로 갔지. 그래서 하루 두 탕 땡긴 적도 있지.
한데 이런 일거양득은 평생 한두 번 만날까 말까야. 물론 옛날 고고업계에서는 하루 세 탕 네 땅 뛰어 왕창 땡긴 사람 천지지만 그건 옛날 얘기고.
백수한테도 춘궁기가 있다. 언제냐?
1~2월이야. 이때는 연초라고 사업비 지출하는 데 거의 없어. 그래서 이때는 손가락 빨아야 해. 그리고 7~8월도 하궁기夏窮期야. 휴가철이고 방학이잖아? 그래서 이때 행사를 계획하는 데가 거의 없어. 이때도 굶어야 해.
결국 백수는 3~6월에 1차로 땡기고 9~12월에 2차로 왕창 땡겨놔야 버텨나간다?"
이 말을 들은 CB가
나루호도 나루호도 김상
연발하더라.
그 모습 귀여워 하나 더 붙였다.
"현물보단 현금이다. 현금을 주는 사람들을 집중으로 골라서 사귀고, 그 다음이 현물이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놈들은 친구도 아니니 다 끊어라."
이번에도 역시 나루호도 나루호도 연발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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