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探古의 일필휘지

백운거사 집에 목필화가 피었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5. 23.
반응형

이규보 집에는 꽃과 풀, 곧 화초도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그의 집 뜨락에 봄이 찾아왔다. 꽃봉오리가 붓끝을 닮았다 하여 목필화라고도 하는 목련이 어느새 꽃을 틔운 것이다.

고개 들어 한참 바라보다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부추 잎처럼 길쭉한 풀들이 자라났다. 옛날 중국 한나라 때 학자 정현이 제자를 기르던 곳에서 났다는 서대초다.

길고 질겨서 책을 묶는데 썼다는 풀, 거기에 붓을 닮은 꽃까지.




글자로서 몸을 살찌우고 술로 영혼을 먹일 우리의 백운거사는 금세 시 한 수를 지어냈다.

하늘이 무슨 물건 그리려
먼저 목련을 피게 했는지
좋구나 서대초와 더불어
시인의 뜨락에 심었음이

天工狀何物
先遣筆花開
好與書帶草
詩家庭畔栽

[주-D001] 목필화木筆花 : 신이화辛夷花의 이명. 《초사楚辭》 구가九歌에 “신이화가 막 피어날 적에는 모양이 붓과 비슷하므로 북인北人들이 목필화라 부른다.” 하였다.
[주-D002] 서대초書帶草 : 다년생으로 꽃은 담자색淡紫色이고 열매는 벽록색碧綠色에 모양이 둥글다. 《삼제기략三齊記略》에 “정강성鄭康成이 불기성不其城 남산南山 속에서 학도를 가르칠 때, 잎은 부초와 같고 길이는 한 자 남짓한 풀이 산 밑에 났으므로, 사람들이 강성의 서대초라 불렀다.” 하였다.

-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2, 고율시, "목필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