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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보리밭 바라보며 뽕나무 숲에서 듣는 오디새 울음

by taeshik.kim 2019.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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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36)


시골길을 가며[村行] 


[당(唐)] 이중(李中) / 김영문 選譯評 


오디새 후티티. 연합DB



눈길 끝까지 푸르른

보리밭 가지런하고


들판 연못 넓은 물에

온갖 오리 내려 앉네


햇볕이 따뜻하여

뽕나무 숲 우거진 곳


한가하게 홀로 서서

오디새 울음 듣네


極目靑靑壟麥齊, 野塘波闊下鳧鷖. 陽烏景暖林桑密, 獨立閑聽戴勝啼. 

(2018.05.20.)


오디새 후티티. 연합DB


망종(芒種)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한창 보리가 여물 때다. 보리밭 녹색 물결이 서서히 황금색으로 바뀐다. 지금은 남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보리밭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국 방방곡곡에 보리밭이 지천이었다. 


또 봄 가을에 누에를 먹여 고치를 치는 양잠업이 농촌의 중요한 일이라 집 근처나 밭둑에 뽕나무를 많이 심었다. 뽕나무 열매를 오디라고 한다. 처음에는 초록색이다가 빨간색으로 변하고 마지막에는 까맣게 익는다. 어릴 때 우리 집 뒤꼍에 큰 뽕나무가 있어서 초여름에 오디를 배가 부르도록 따먹곤 했다. 그 즈음 소설 『삼국지』를 읽다가 주인공 유비의 집에 일산 같은 뽕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 집 뽕나무도 거기에 비견하며 큰 자부심을 갖기도 했다. 


고창 보리밭. 연합DB


그러나 유비는 천하를 삼분하여 황제에까지 오르는 큰 업적을 이뤘지만 나는 지금 겨우 글줄이나 끄적거리는 백면서생에 불과하다. 뽕나무니 뭐니 하는 풍수설보다는 사람 됨됨이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디새는 뽕나무 밭 근처에 산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기실은 꼭 그렇지 않고 집 근처나 마을 가까운 숲에 산다. 지금은 흔히 후투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머리 부위가 옛날 여성들의 얹은머리처럼 생겼기 때문에 한자로는 대승(戴勝)이라 쓴다. 


머리를 아래로 당기면서 “구구 구구”하고 우는데 목소리가 매우 원만하고 한가롭다. 오디가 익어 양잠이 끝날 무렵이면 오디새가 울고 보리를 벤다. 이어서 곧 더운 여름이 닥쳐온다. 


황금빛 보리밭을 나는 제비. 연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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