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有死麕(야유사균) : 저 들판에 죽은 노루
白茅包之(백모포지) : 흰 띠풀로 싸네
有女懷春(유여회춘) : 저 아가씨 바람나니
吉士誘之(길사유지) : 멋진 총각 유혹하네
林有樸樕(임유박속) : 저 숲속엔 떡갈나무
野有死鹿(야유사록) : 저 들판엔 죽은 사슴
白茅純束(백모순속) : 흰 띠풀로 묶어주네
有女如玉(유여여옥) : 저 아가씨 옥과 같네
舒而脫脫兮(서이탈탈혜) : 아아 죽을 것만 같아요
無感我帨兮(무감아세혜) : 제 앞치만 만지지 마세요
無使尨也吠(무사방야폐) : 저 개 좀 짓게않게 해봐요
《시경詩經·소남召南》 편이 채록한 민요 중 하나다.
죽은 노루 죽은 사슴은 아마도 이 처녀 유혹하는 남자가 사냥해서 잡은 것이 아닌가 한다.
봄이 와서 씩스팩을 자랑하는 헌걸찬 사내놈이 마침 춘정을 이기지 못한 아가씨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꼬드기어 기어이 떡갈나무 숲으로 끌어들여 일을 치르려는 순간이다.
이 시에 대한 이해를 결정한 관건은 舒而脫脫兮 이하를 어케 이해하느냐에 달렸으니,
주희 같은 이는 이 처자가 정말로 남자를 거절한 줄 알았으니
내 앞가슴 만지지 마세요 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를 거절한 셈이 되니, 이렇게 되면 여자의 정조를 찬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이해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앞을 보면 처녀가 봄바람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을 보자.
저 개새끼 좀 어케 해봐요....동네 사람 부모님이 지켜봐요...이런 뜻이다.
제 앞가슴 만지지 마요는 "제발 안되요 안되요 되요 되요"에 다름 아니다.
尨(봉)은 개의 일종인데 이 개가 실은 산더미 만해서 사냥개로 보아야 한다. 화랑세기에 의하면, 아버지 진흥왕의 후궁 보명 방에 뻔질나게 드나들던 동륜태자를 물려죽인 보명궁 개시끼가 바로 尨이다.
帨(세)라는 글자를 선배들은 수건이니 치마니 하는 따위로 해석했지만 젖가슴의 은유로 보아야 할 듯하다.
위 시에 보이는 白茅(백모)라는 풀은 띠풀인데, 이것이 각종 고전을 보면 희생물을 올릴 때 싸는 풀로 보인다.
그러니 이 구절에서 백모로 싼다 함은 아마도 사냥해서 잡은 노루나 사슴 고기를 이 풀에 싸서 예물처럼 보낸다는 뜻 같다.
선배들도 이리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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