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화재학 혹은 유산학을 받침하는 학문 분파로 보존과학이 있으니 다시 그 보존과학은 여러 갈래라
헐고 망가진 문화재를 새삐구삐로 만들기도 하는가 하면
여러 고고미술자료를 분석하거나
더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엄마손 약손 하는 일도 있으니
이런 것들은 언뜻 떠오르는 것들이라 기타 수행하는 역할은 막중하기가 무비無比하다.
그럼에도 이 보존과학이라 뭉뚱하는 학문이 이른바 유산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처참하기 짝이 없어 유산학 주류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뭐 말로야 보존과학이 중요하다 중요하다 하는 설레발이 난무하지만 실상 그 속내를 뜯어보면 조직확대를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지들이 이젠 더는 조직을 확대할 명분이 없을 적에 그 돌파구로 써먹을 뿐이니
보존과학 바깥에서 바라보는 보존과학은 언제나 그들을 빛나게 하기 위한 데코레이션에 지나지 아니하니
그래서 언제나 좋은 자리는 또 언제나 고고니 미술이니 건축이니 하는 데서 독차지하기 마련이고 중앙정부 관직체계 기준으로는 계우 과장 자리 하나 던져주고는 이거 먹고 떨어져라 하는 수준이다.
그들은 언제나 보존과학을 시녀로, 도구로 바라 본다.
그들은 언제나 보존과학을 그네들의 성과를 빛내게 하는 도구로 삼는다.
예컨대 고고학 현장에서는 시료를 분석해주며 내가 발굴한 유물을 땜질해주거나 용케 건진 시체 혹은 뼈다귀 디앤에이 분석해주는 도구이며 미술사 현장에서는 안료를 분석해주고 깨진 도자기를 땜질하며 귀환한 불화를 새것으로 갈아주는 테크니션일 뿐이며 고건축 현장에서는 주춧돌 옮겨주고 가끔 측량도 해주는 몸종일 뿐이다.
요새는 아주 가끔씩 지하물리탐사란 것도 하고 물속 해저로 들어가 레이다를 쏘는 일도 하기도 하지만 그네가 유산학 주인공이었던 적은 유사 이래 단 한 번도 없다.
이것이 보존과학이 유산학 주인이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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