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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복기대를 다시 봐야 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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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복씨 기대


2002.12.25 08:02:15
요서지역 청동기문화 조명 단행본 선봬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기원전 2400년 무렵 지금의 중국 요서 지역에서는 홍산문화(紅山文化)라고 일컬어지던 신석기시대 후기 문화가 붕괴하면서 또 다른 문명이 탄생했다.

비슷한 시기 황하 중상류 지역에서는 소위 중원(中原)문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중원문화는 하(夏).은(殷).주(周) 및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진(秦).한(漢)시대에 이르러 지금의 중국 영토에 거의 맞먹는 대제국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의 중국이 뿌리를 진.한 제국에 두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중원문화가 그 주변 문화를 '정복'하고 궁극적 승리자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런 관점은 역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쳐 중원 문화를 제외한 주변 문화는 그 하위 범주로 보는 경향이 지금도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중화주의적 문명사관은 요서지역에서 고비를 맞는다. 청동기문명만 해도 그 시작은 요서지역이 중원보다 빠르다. 발굴 유물만 봐도 요서지역 청동기문화는 휘황찬란함이 중원문화 못지 않거나 오히려 능가한다.

인류학에서 권력발생 혹은 국가(state) 발생의 중요한 징표로 흔히 드는 성곽을 보면 요서지역의 경우 영금하(英金河)와 음하(陰河)라는 강 주변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유적만 70여 개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무수한 성곽은 언제 등장했을까? 기원전 24세기에 개막해 기원전 15세기에 종말을 고했다고 생각되는 소위 하가점(夏家店) 하층 문화 시대에 속한다.

왜 요동지역도 아니요, 요서지역 청동기문화를 주목해야 하는가? 고조선이 이러한 요서지역 청동기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등장했다는 의미 외에도 한반도 문명과 지대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야 연구를 꾀하는 우리에게는 대단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이 지역 청동기문화 실상을 전하는 문헌기록이 거의 없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고고학적 발굴성과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셋째, 그렇지만 이런 발굴성과는 접근이나 정보수집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



여기에 더해 요서지역 청동기문화를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한 연구성과가 중국학계에서도 아직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중국학계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요서지역의 청동기시대 문화연구」(백산자료원)이란 다소 딱딱하게 제목의 이 책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중국 지린대에서 이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지금은 단국대석주선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 있는 복기대씨가 집필한 이 책은 중국 요서지역 청동기문화에 대한 총체적 개설이면서 분석이다.

이런 연구성과는 아직 중국에도 없다.

현지에서 고고학 발굴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그가 집필한 이 책은 1998년 지린대 박사학위 논문을 손질한 것으로 기원전 24세기에 시작해서 기원전 4세기에 마감하는 요서지역 청동기 문화를 각 문화층별로 다루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화층 분기와 관련해 복씨는 요서지역 전체를 포괄하던 하가점 하층문화가 기원전 15세기 무렵 붕괴하면서 그 서쪽은 하가점 상층문화(기원전 14-7세기)로 변천했다고 보고 있으며, 동쪽은 위영자(魏營子) 문화(기원전 14-서주 중기)를 거쳐 능하(凌河)문화( 원전 10세기 중반-4세기 전후)로 단계를 보고 있다.

저자는 이들 문화층별로 고고학적 발굴성과를 중심으로 문화권역과 그 특징 및 주체 문제 등을 고찰하고 있다. 능하문화의 경우 저자는 소위 비파형동검과 그 동반유물을 주목하면서 그 주체가 고조선 계통일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이면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린윈(林澐) 지린대 교수는 책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연(燕) 문화가 북으로 향하고 요서지역에 이르러서도 원래의 능하문화 주민들은 연 문화를 교류 융합 발전시켰고, 뿐만 아니라 이들은 연 문화의 충격과 영향을 그 동으로, 북으로 전파하였는데, 이는 반드시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능하 문화 주인공이 고조선임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언급으로 주목된다.

최근 국내 고고학계에서도 요서지역 청동기문화 발굴성과를 인용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단편적이고 돌발적이라 타당성을 결여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특히 고조선 관련 연구가 그렇다.

따라서 이번 단행본은 우리 학계가 이러한 학문적 천박성을 벗어났다는 신호탄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반갑다. 336쪽. 1만5천원
taeshik@yna.co.kr
(끝)


***



한국 역사학계(특히 고대사학계), 그리고 고고학계에서 복기대라는 이름은 극단이다. 한쪽에서는 환호하고 한쪽에서는 경멸한다.

재야사학 강단사학이라는 이름으로 분열한 그 한복판에 복기대라는 이름은 언제나 어른한다. 전자는 그를 찬송하고, 후자는 폄훼한다.

그는 단국대 사학과 출신으로, 한국에서는 재야사학 아버지라 할 만한 윤내현 선생 제자다. 일찍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으니, 그가 간 곳은 북경이 아니라 길림이었다. 길림대 고고학과에서 임운林沄을 지도교수로 삼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박사논문 주제가 요서지역 청동기문화였다. 국내에 복귀해서는 그가 주로 요서지역을 중심으로 삼는 고조선론을 전개하고, 한국고대사와 관련해서는 각종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하자, 이른바 강단사학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20년, 30년이 흐른 지금, 그의 연구를 음미하니, 그 시절 그가 주장한 요서지역 청동기문화 얼개가 핵심을 제대로 찔렀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여담이나 1963년생, 내가 아는 그의 대학 동기로 서영일 한백문화재연구원장이 있지만, 둘은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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