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咸錫憲(1901~1989)이 그리 사숙했다는 니토베 이나조 新渡戸稲造 Nitobe Inazo(1862~1939).
그가 영문판 《Bushido》 라는 책자를 내기는 189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였다. 우리가 아는 무사도武士道는 니토베 이나조의 발명품이다.
그는 이 무사도를 국민의 이상형, 20세기 일본의 새로운 국가종교, 시민종교로 제창했다.
그가 말하는 부시도의 교의는 국민의 교의였다.
그가 일으킨 이 바람은 동아시아를 강타했다.
혁명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도망친 양계초梁啓超(1873~1929)는 그에 격발해 종래 중국에는 용어조차 없던 武士라는 말을 만들어 상무정신尙武精神의 부활을 부르짖으면서 그 한편에서는 문약文弱을 붕파崩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것이 다시 한반도로 상륙해 자산自山 안확安廓(1886~1946)은 조선 무사열전인 《조선무사영웅전朝鮮武士英雄傳》을 만들어냈다.
20세기 국민의 이상형. 박정희시대를 밤하늘 은하수처럼 수놓은 소위 화랑정신은 이런 누층의 결과물이었다.
국가를 위해 忠하고 전장터로 맹목으로 달려들어 죽어도 좋다는 코만도들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국민국가의 국민은 국가를 위해서는 할복割腹도 마다 않아야 했다.
(2016. 1. 8)
***
앞서 말한 《Bushido》 그 부제 The Soul of Japan 이 무사를 어찌 자리매김하려 했는지가 적나라하다. 더구나 그 독자가 일본인이 아니라 영어 독자들이라는 점에서 철저히 세계를 향한 일본의 정체성 발굴이었다.
국내에서는 그가 무교회운동가이며, 함석헌 스승이라 해서 그에게서 군국주의 색채를 지우려는 움직임도 없지는 않지만, 무사도를 발명하고, 그것을 국민국가 이상형으로 그가 만들려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무교회주의자와 군국주의자, 그것은 한끝 차이에 지나지 않았다.
니토베와 함석헌이 상통하는 분야는 격렬한 내새널리스트라는 사실이다. 이 대목은 특히 후자에서 두드러진다.
독재에 대한 저항과 내셔널리즘은 꼭 상충하지 않는다. 그건 일란성쌍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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