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모처에서 원고 집필 의뢰가 왔다. 나한테 할당한 주제는 언론에 비친 한성백제 유적이었다. 내가 오랫동안 문화재 분야 기뤠기로 활동한 데다 풍납토성 발굴기를 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를 탈초하면서 각 언론사가 구축한 피디에프 원문서비스에 거의 절대로 기대었다. 신문만이 아니라 다른 자료도 검색이 용이하다. 2000년 졸저 풍납토성을 낼 때만 해도 나는 일일이 신문잡지를 찾아다니며 뒤져야 했다.
그에서 놓친 자료가 얼마나 많겠는가? 작년 원고를 쓰면서 그에 고맙고 그에 분개하기도 했다.
식민지시대 조선을 주무대로 활동한 일본의 역사고고학도들은 그 무렵 내가 열전 혹은 약전이라도 쓰겠다며 정신없이 자료를 긁어모은 적이 있다. 금서룡 관야정 흑판승미야 워낙 유명하니 그런대로 족적을 정리했지만 기타 오전성오니 전간공작이며 곡정제일이니 하는 친구들은 약력은 고사하고 읽기조차 불가능했다.
요즘이야 웬간한 친구들은 워키피디아에 약력이 다 뜬다. 저들 중 곡정제일은 내가 그 흔적을 찾다가 어느 일본고고학사전인가에서 죽은 해 연대를 찾고는 쾌재를 부른 일이 있다.
지금 나는 어떤 책을 준비 중이다. 공교롭게 15년전에 써놓은 원고라 그걸 교정하는데 아주 새로 쓰는것만큼 품이 많이 든다.
그때는 이만하면 어느 누구한테도 부끄럽지 않다고 자신했지만 근자 그것을 재검토하고 그간 새로이 구축된 db자료들을 보니 구멍이 숭숭 뚫렸다.
그 반면 시대가 변해 이른바 페친들의 도움도 절실히 받게 되었다. 이 분야 전문가에겐 이 분야 글을 감수받고 저 분야 글은 저 분야 전문가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받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말한다.
일찍 죽는 놈만 억울할 뿐이다.
오래사는 놈이 이긴다.
장수할지어다.
영원불멸할지어다. (2016. 1. 14)
***
저에서 말한 준비 중인 어떤 책이란 얼마 뒤 나온 《직설 무령왕릉》이다.
저 글을 쓴지 오늘로 꼭 7년이 흘렀다. 저에서 논급한 아쉬움 중 일부는 그새 성과가 축적해 환경이 또 변했으니 나로서는 예컨대 흑판승미에 대한 부문을 보강하기도 했다.
결국 오래 사는 놈이 장땡이다. 노벨상을 받기 위한 절대조건이 장수長壽다. 오래 살아야 상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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