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석굴암의 '원형'
2007.9.18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석굴암은 늘 '원형' 시비에 휘말린다.
성균관대박물관이 마련한 '경주 신라 유적의 어제와 오늘-석굴암ㆍ불국사ㆍ남산' 특별전에 1910년대에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석굴암 관련 유리원판 사진이 여러 점 공개됨으로써 원형 논란이 재연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논란의 출발은 새로운 자료가 석굴암 원형을 말해준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석굴암 구조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가 발견되었으니, 이에 근거할 때 종래의 석굴암 원형 논쟁, 혹은 지금의 복원된 석굴암 구조는 어떤 점에서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식의 주장이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자료가 발견된 것과 그것에 담긴 석굴암 구조가 그 '원형'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1910년대 석굴암 자료가 발견되었다면, 그것은 당시의 석굴암 모습일 뿐이지, 그것이 결코 통일신라시대 김대성(金大城)이란 인물이 창건할 당시의 모습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석굴암은 1913-1915년 제1차 보수가 이뤄지고 1961-1964년에 제2차 수리가 있었다.
이런 역사성이 자주 오도되어, 제1차 보수 직전 석굴암 구조가 바로 석굴암의 '원형'이라는 인식이 언론이건 학계건 가릴 것 없이 퍼져있다. 이런 '믿음'은 1차 보수 직전의 석굴암이 창건 이후 무려 1천100년 가량이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1913년 직전의 석굴암이 '원형'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조선시대까지 석굴암은 적어도 서너 차례 이상의 대대적인 개보수가 있었다. 이는 이 일대에서 신라시대 기와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조선시대 기와가 섞여 출토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하다. 이런 개ㆍ보수 때마다 석굴암은 원형이 변형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최근 공개되고 판독되기 시작한 석가탑 출토 고려초기 묵서지편(墨書紙片)을 볼 때, 경주에는 11-12세기 무렵 강진(强震)이 빈발했다. 묵서지편에 의하면 석가탑만 해도 1038년 무렵 두 차례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모르긴 해도 다보탑 또한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불국사에서 멀쩡한 석탑이 내려앉았는데 석굴암만 무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석가탑을 붕괴시킬 정도의 강진이었으면 석굴암도 곳곳에 피해를 봤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석굴암 원형은 '없다'는 사실이다. 설혹 있었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석굴암을 모조리 뜯어내 전면적인 발굴을 실시하기 이전에는 알 방법이 전무(全無)하다.
taeshik@yna.co.kr
(끝)
***
저런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용케 제눈에 띤 식민지시대 혹은 구한말 사진 한 장, 엽서 한 장 마주한 일이 무슨 대수나 되는양, 그것으로 종래의 믿음 혹은 지금의 모습이 변형되었을 보여준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저 기자수첩에도 지적했듯이 그 사진, 그 엽서가 담은 모습은 그것을 포착한 그 시대 한 순간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모습 역시 켜켜한 누층의 결과라 무엇이 원형인지는 그걸로 안다?
저에서 빠졌지만 그 사진 그 엽서 또한 문제라, 적지 않은 왜곡을 탑재한다. 사진 엽서가 그 시대를 고스란히 증언한다? 택도 없는 소리다.
그 반대하는 증언을 담은 엽서 사진도 자주 나온다. 왜 이런 일이 빚어지는가? 그 사진과 엽서가 당대를 왜곡한 때문이지 무슨 다른 개뼉다귀 같은 이유가 있겠는가?
엽서 사진이 중요한 이유는 당대가 욕망하는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렇지 그것이 事實을 담았기 때문이 아니다.
저런 엽서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나와서 일제의 잔학성을 증명하는 쇠말뚝박기 실상이 확인되었다느니, 석굴암 복원이 잘못되었다느니 하는 일 이젠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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