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고향 갔다가 엄마 밭에서 조우하고선 그 정체가 궁금해 탐색에 나섰더니 나만 모르는 주키니 zucchini
라는 서머 스콰시 summer squash 과물果物이라
내친 김에 열불나서 탐구에 나선 결과 이 놈들은 메조아메리카 원산지로 16세기 무렵에 유럽에 상륙했으며 특히나 북이탈리아서 집중 재배되며 그런 까닭에 저 주키니 라는 작명도 호박에 해당하는 이태리어임을 밝혀냈거와
곰곰 생각하니 이태리 어느 지방 가게서 이 놈을 보구선 신기하다 해서 폰카로 촬영한 기억이 나서 뒤지니 걸린다.
주키니라는 종자인 줄만 몰랐고 글타고 저 호박이 생소한 건 아닌 까닭에 내가 저걸 굳이 박아둔 까닭은 이태리 놈들의 잔혹성 때문이었으니
보다시피 이놈들은 아예 호박꽃이 붙인 채로 그걸 올백 말아올리듯 해놓고는 파는 게 아닌가?
쓸데없는 휴머니즘 발동해 야 이놈들아 너흰 호박이 불쌍하지도 않니 하면서도 내심 생각한 구도는 있었으니
이놈들은 쳐먹을 게 없어 호박꽃도 쳐먹는군 젤라또 자랑하더니 암것도 아니구만 했더랬다.
그러다가 애청 프로《나는 자연인이다》를 어느날 시청하는데 한 산촌민이 호박꽃에다가 밀가르를 발라 튀게 먹는 게 아닌가?
그걸 보고선 저거 이태리 음식인데 하며 나름 득의양양했던 것인데 지금도 왜 이태리 놈들은 저리 야만하는 슨법으로 호박을 학대하는지 찾지 못했다.
암튼 저놈들 주키니는 지금 살피니 쭈구렁이라, 피부가 할매 같으니 혹 저게 딴지 제법 시간이 지나는 바람에 저리 된 건지 아니면 본래 종자가 각이 진 쭈구렁방탱인지는 내가 알지 못하겠다.
혹 후자라면 역시 창포기름 바른 듯한 우리네 주키니가 역시 뽀대도 나고 좋다 괜시리 다시 득의하며 양양해 본다.
이 역시 집착인가?
호박 하나로 오도방정하는 내가 가소롭다. 그러니 엄마는 왜 주키니를 심어 아들을 괴롭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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