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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멧돼지와 옥비녀 이야기

by 여송은 2019.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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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민속박물관 여송은 학예연구사

 

 

 

평화로운 온주마을.

 

어느날, 마을 남자 셋이 뒷산으로 사냥을 갔는데...

 

 

 

 

 

"하하하 오늘 좀 수완이 있는데? 안그렇소?"

 

"그러게말이에요, 오늘 좀 운이 따라주는 것 같아요."

 

"쉿! 저기 사슴."

 

 

 

 

샤샤샤샥 탁!

 

 

 

 

"적중이오! 가봅시다."

 

 

"엥? 사슴도 사슴인데, 여기 멧돼지 덫에 새끼 멧돼지가 걸렸는걸요?"

 

 

"아이고, 풀어주고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아직 새끼인데..."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오? 새끼 멧돼지가 여기서 잡힌걸 보면 근방에 어미도 있다는 말이오. 어미한테 받쳐 떼죽음 당하고 싶지 않으면 얼른 내려갑시다."

 

 

"맞소맞소, 어여내려갑시다. "

 

 

"... 찝찝하지만.. 뭐 그럼 어여 내려갑시다. 온양이아버지가 놓은 멧돼지덫은 그럼 다음에 와서 철수하기로 합시다. 내려가죠."

 

 

 

 

[온양민속박물관 2전시실] 하늘도 땅도 도망 갈 곳이 없는 기구한 멧돼지

 

 

 

그렇게 온양이아버지를 포함한 셋은 새끼멧돼지를 두고 그대로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날의 사냥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온양이가 이유없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온양이가 당신 사냥 갔다온 이후로 계속 저리 누워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요. 혹 그 덫에 걸렸다는 새끼멧돼지와 무슨 상관..."

 

 

"거 참 이상한 소리!! 새끼멧돼지가 뭐? 뭔 연관이란말이오? 쓸데없는 소리 할거면 이 돈 가지고 저잣거리 약방에나 다녀오시오. 아아 그리고 이거 약도 가져가시오. 그냥은 못찾아 간다고 하니 잘 보고 찾아가시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그날부터 온양이가 아픈 것도 그렇고, 동네사람들 말도 영 찜찜하고..."

 

 

"왜?? 사람들이 뭐라하는데??"

 

 

"아니... 당신이 새끼멧돼지  그냥 두고와서 어미멧돼지가 노해 저주를 부린거라고...."

 

 

"아니 세상이 어느때인데 그런소릴!!! 버뜩 약방이나 다녀오시오!"

 

 

 

 

 

 

끼익...쿵

 

 

 

 

"여기가 맞는것 같은데... 아무도 없나?? 계세요~~~? 계세요~~~?"

 

 

 

약장  19세기  오동나무, 황동

정면에 ‘靈寶영보(뛰어나게 훌륭한 보물)’, ‘寶鑑보감(귀중한 물건이나 책)’이라고 쓰인 덮개 2개를 배치해 덮개를 위로 올려 여닫을 수 있도록 하였다. 잠금장치를 달아 약장에 손을 댈 수 없도록 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한 것으로 보인다. 감초와 인삼처럼 모든 한약 제조에 필요한 약재들은 일, 이층 큰 서랍에 보관하였다.

 

 

 

약저울  19세기  피나무, 놋쇠, 무쇠  

한약방에서 약재의 무게를 잴 때 사용하는 작은 저울과 저울을 보관하는 저울집이다. 한쪽에 약재를 올리고 다른 한쪽에 추를 올린 후 수평을 만들어 무게를 측정하였다.

 

 

저울추  19세기  지승, 돌, 청동, 도기

저울대에 걸어 무게를 재는 데 사용하던 도구로, 지승·돌·청동·도기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상황에 맞춰 사용하였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약연  18세기  박달나무

약재를 가루로 빻거나 즙을 내는 의료 기구로 약연 안에 약재를 넣은 후 손잡이를 잡고 주판알처럼 생긴 연알을 앞뒤로 굴려서 약재를 빻았다.  '훈훈한 곱돌 형제 이야기'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저쪽에서 무슨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망한것 같지는 않은데, 왜이렇게 손님이 없지?"

 

 

 

 

"망한곳 아니오."

 

 

 

"아이고 깜짝이야!!! 아... 계셨군요. 안녕하세요... 저 제 아이가 아파서 약을 좀 구하려고 왔어요."

 

 

 

빤히 ...

 

 

 

"약으로 고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시오?"

 

 

 

"네? 무슨말씀이세요?"

 

 

 

"당신도 한 아이의 어미 아니오. 생떼같은 자식을 한 순간에 잃었는데, 그 마음이 어떨 것 같소?"

 

 

 

".....역시 그 일 때문이군요. 무슨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애는 무슨 죄에요. 죄를 받으려면 어른이 받아야지..."

 

 

 

"뭐 그런 아비를 둔게 죄라면 죄지요. 그렇다고 방법이 전연 없는건 아니오."

 

 

 

"뭔가요?? 어떻게 하면 우리아이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그 집 며느리에게 대대로 내려온다는 옥비녀를 멧돼지굴 앞에 놓고 오시오. 옥은 예로부터 귀한 보석으로 여겨 왕실이에서 애용하였지요. 또한 순결과 장수를 의미하는 그 비취빛의 옥비녀가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을 달래줄지 누가 알겠소."

 

 

"네, 알겠습니다. 그 옥비녀가 대수라고요. 우리 아이를 고칠 수만 있다면 그리하겠습니다."

 

 

 

"...명심하시오. 절대 다른마음 먹으면 안되오!"

 

 

 

"다른마음이라뇨? 절대 그런일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날밤, 옥비녀를 담은 비녀집을 조용히 건내며 약방에서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비녀집  19세기  회나무, 백동, 옻칠

회나무로 만들어 백동으로 장식한 비녀집이다. 옥비녀, 용비녀 등 귀한 비녀를 보관하던 집으로, 상자 윗면에 미닫이 뚜껑을 달고, 앙증맞은 꽃문양 백동 장식을 달았다. 전체적으로 간결한 아름다움을 준다.

 

 

 

"아니, 그래서 나보고 이 옥비녀를 돼지굴 앞에 놓고 오란 말이오??"

 

 

"네, 우리 온양이를 위한다면 그렇게 하셔야합니다. 절대로, 절대로 다른마음 먹지말고 시키는대로 하고 오세요. 그것만이 우리 온양이가, 우리가 살 길입니다."

 

 

"허 참... 알겠소. 동 트기 전에 다녀오겠소."

 

 

"네...다녀오세요."

 

 

 

 

멧돼지굴 앞

 

 

"하... 이 옥비녀를 두고 와야하나. 동물이 이게 옥인지 뭔지 어찌 알겠어? 부러뜨려서 반만 두고 와야겠다."

 

 

 

 

 

그렇게 온양이 아버지는 옥비녀 반쪽반 멧돼지굴 앞에 두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과연 온양이 병세는 좋아졌을까요.

 

부러진 옥비녀 반 만큼은 좋아졌을까요.

 

 

 

 

다음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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