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송은 온양민속박물관
밖에 서있으면 정수리가 뜨끈뜨끈하고, 조금만 걸어도 등에 가슴팍에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여름!
당신은 더위를 피해 바다로 갈 것인가, 계곡으로 갈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바다'를 선택한 당신!
주위 사람들이 당신을 평할 때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다고 하지만 그게 당신의 모든 모습은 아니죠. 바다 위 파도처럼 일렁이는 야망을 마음속 깊이 숨기고 있는 당신, 이제 저 드넓은 바다처럼 조금씩 조금씩 그 야망을 펼쳐 보는건 어떨까요?
'계곡'을 선택한 당신! ...저와 같이 떠나요!!
'아! 여름이구나!' 느끼면 나는 계곡을 생각한다.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것도 물론 기분 좋지만, 산골에서 자라서인지 나무와 물과 새와 각양각색의 돌이 있는곳이 더 친숙하고 마음이 간다.
뜨거운 햇볕을 머금어서인지 나뭇잎들이 더욱 초록초록하다. 그 나무들 사이로 소리만 들어도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이따금씩 이름모를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넓직한 바위에 살포시 걸터 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참방참방 물장구를 친다.
하얀 발가락 사이로 계곡물이 가로지른다. 호기심 가득한 눈이 맑은 물속을 살핀다.
"언년아~~~!! 빨리와서 너도 여기에 발 담가봐~~! 엄~~청 시원하다!! 왜이렇게 느려 빨리와~~!"
"헉헉! 저 애기씨가 진짜...이거 메고 산 올라보라지. 메자마자 몇발자국 못가서 못가겠다 징징댈거면서."
"뭘 그렇게 구시렁거려~~! 빨리와!~아항항항항 시원하다~!"
"네~~~ 가유~~~"
주안함 19세기 36.5×12.9×36.2 은행나무, 옻칠
술병을 넣을 수 있는 공간과 안주를 넣을 수 있는 서랍이 함께 있는 함이다. 좌우로 달린 고리는 끈으로 연결하여 어깨에 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기 있는 안주를 담기 위해 내수성이 있는 옻칠로 마무리하였다. 옻칠의 방부, 방충 성질 덕분에 음식의 부패를 지연할 수 있었다.
언년이가 씩씩거리며 계곡까지 메고 갔던 주안함이다.
언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멋을 아는 분들이었다. 밖에서 술 한 잔을 마실 때도 이렇게 멋들어지는 함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저 주안함만 보아도 사용했던 사람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운치 좋은 곳에서 화문석을 촥 펼쳐놓고 앉아 주안함에서 술 한 잔 꺼내어 마시고, 시 한 수 읊고. 좋구나!
내부를 보면 술병과 술잔을 위한 공간이 있고, 각 서랍마다는 안주를 담을 수 있게 구성되었다. 여섯개의 서랍에 각기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 담지 않았을까 싶다. 단디 주안을 챙겼다면 넓직판 판을 위에서 아래로 슬라이드 하듯 닫아 준다. 마치 중국집 철가방처럼. 그리곤 양 옆에 있는 고리에 끈을 걸어 어깨에 멜 수 있게 하였다.
언년이는 이런 무거운 걸 메고 계곡에 오르니 힘도 부치고, 속도 모르고 빨리 오라는 애기씨를 보니 열도 받았을 거다.
그래도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언년이 마음도 금새 시원해 졌다.
참방참방
"애기씨...그런데 이렇게 혼자 나온거 마님이 알면 지 진짜 큰일나유"
"걱정마~걱정마~들킬일 절~~대 없어! 그런데 나 배고프다..."
"그래유? 제가 그럴 줄 알고 애기씨가 좋아하는 떡이랑 조청 싸왔쥬~~"
"우와~~~역시 언년이!"
도시락 20세기 4.5×9.0, 17.5×14.5×6.0 고리버들, 대오리
가볍고 튼튼한 고리버들과 대오리를 길게 엮어 만든 도시락으로 통풍이 잘되어 음식을 담아 보관하는 용기로 많이 쓰였다. 정감있는 도시락 안에는 왠지 포슬포슬한 주먹밥이과 쫀득쫀득한 떡이 담겨 있을 것 같다.
글 속 애기씨는 얌전한 양반댁 규수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주안함까지 챙겨 겁없이 계곡을 찾아 간 걸 보니 말이다.
겁도 없고, 호기심도 많고, 멋도 아는 재밌는 애기씨다.
올 여름은 애기씨와 언년이처럼 맛있는 도시락 챙겨 계곡으로 더위를 피해 잠시 떠나보는 건 어떨가 싶다.
※여름철 식중독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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