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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온양민속박물관 이야기

오래된 할아버지 수첩 속 이야기-설립자를 추억하며

여송은 온양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할아버지~~ 빨리 와봐요! 여기 제주도 같아요!

저 이거 엄마,아빠랑 제주도 갔을 때 봤었어요!

 

허허 그랬어요? 그럼 이게 뭘까요?

 

음~~~~~아! 제주도 대문! 정낭!

제주도에는 도둑이 없어서 이렇게 대문인듯 대문아닌 대문같은 걸 만들어 놓았다고 했어요. 근데요 할아버지, 이럴 거면 그냥 없어도 되지 않아요? 귀찮게 왜 만들어 사용했을까요 제주도 사람들은.

 

그러게~ 우리 강아지 같은 아이들은 뛰어 넘어 들어갈텐데 허허허.

제주도에는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없어 대문이 필요 없었지만, 돌아다니는 가축들이나 짐승들이 집으로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이렇게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을 만들었지. 그리고 가운데 걸친 나무 갯수로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돌아오는지 표시를 해두었단다.

 

우와! 정말요?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어떻게 표시했어요??

 

다 알려주면 재미없지~~우리 강아지 숙제에요!

 

에이~~~ ㅠㅠ 숙제 싫은데...

할아버지 너무 더워요. 우리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요!!

 

그래 그러자구나.

 

1978년 개관 당시 온양민속박물관 본관 전경

 

 

할아버지~~ 저기 할아버지 박물관에서 일했을 때, 상사였던 분!

 

그래 맞아요, 할아버지가 저번에 저 분 존함 알려주었지요? 

 

네! 김원대 할아버지!

 

허허허 할아버지라니ㅎㅎ 그래 맞다 너에게는 할아버지지.

 

할아버지~~ 근데요, 김원대 할아버지는 무서웠어요?....

 

글쎄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엄하게 혼을 내셨지. 그래야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아주 소탈하시고, 정이 많은 분이셨단다.

 

그럼 할아버지도 김원대 할아버지한테 혼난 적 있었어요?

 

할아버지도 당연히 혼이 났지요. 김원대 회장님은 아주 검소하시고, 절약하는 분이었어요. 요즘은 종이가 흔하니 공책에 휙휙 몇 자 쓰고 념겨 새로 쓰고 종이도 마구 구겨 버리고  그러지 않니? 하지만 할아버지 일할 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 당시 종이가 귀할 때이기도 했지만 회장님이 워낙 근검하시니, 만약 종이 한장이 나오면 4등분해서 전화받을 때 메모지로 사용하던가 다른 방법으로 활용해 아껴 썼었지요. 만약 쓰레기통에서 여백 많은 종이가 나왔다 하면, 이제 사무실에 불호령이 떨어지는 거지.   

 

정말요? 나는 공책 쓸 때 밑에 많이 남겨 놓고 뒤로 넘겨 쓰고 그랬는데ㅠㅠ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그래그래 ㅎㅎ 아이구 착하다 우리강아지.

 

헤헤ㅎㅎ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그런데 할아버지는 김원대 할아버지한테 한 번도 혼난 적 없어요?

 

이 할아버지가 혼난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해요? 허허허.

 

네~~~~~!

 

김원대 회장님은 안동에는 여성들은 위한 '길원여자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온양에는 민속박물관을 세우는 뜻깊은 일을 하신 분이지만, 당신에게 쓰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엄격하고 근검하신 분이셨지요.

또한 소탈하신 성격에 뭔가 허례허식 같은 부분은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으셨지요.

 

이 회장님 흉상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리 회장님이 허례허식 같은 걸 싫어하셔도 또 우리 직원들 마음은 그런 게 아니었어요. 훗날 회장님을 기리고 싶은 마음에 흉상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고 회장님 댁에 조각가를 기거하게 했어요. 사진으로도 뭐 조각이야 할 수 있겠지만은 실제로 보고 느끼는 거와는 천지차이니깐.

수유리 사는 아주 유명한 조각가였는데, 할아버지가 이제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그분을 회장님댁에서 생활하게 해서 회장님을 늘 보고 관찰하게 했지요. 그러고 이제 흉상을 완성하는데 아마 한 1년 반이 걸렸을거예요.

 

설립자 김원대 흉상

 

와, 엄청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김원대 할아버지가 보고 좋아하셨어요??

 

우리 강아지는 어떨것 같니? 회장님이 화를 내셨을까요? 아닐까요? 허허허.

 

흉상이 완성되고 회장님께 딱 보여드렸더니, 아니나다를까 뭐 이런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화늘 내시곤 흉상을 수장고에 갖다 넣으라고 하셨지.  우리 강아지가 자주하는 말로치면 '수장고로 고고!'

 

정말요? ㅠㅠ  그럼 언제 이렇게 밖으로 나오게 된거에요?

 

회장님 타계하시고, 주위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신 분인데 기릴 만한 무엇이 없느냐.' 하고 이제 할아버지한테 힐책성 말들이 왔었지요. 이제는 회장님이 노하시지 않을 것 같아 전시물들을 치우고, 이렇게 회장님 흉상을 놓게 되었지.

 

김원대 할아버지도 이제 할아버지 마음 아실 거예요. 아마 그때도 아셨을텐데, 할아버지한테 화내시고 마음이 불편하셨을 걸요?  헤헤ㅎㅎ   

할아버지, 그런데 저 위에 저 글은 뭐에요? 관훈??

 

설립자 김원대 회장이 직접 쓴 온양민속박물관 관훈

 

박물관 관훈이란다. 집에는 '가훈'이 있듯이 박물관은 '관훈'이 있단다. 젊은날 할아버지는 관훈에 적힌대로 그저 열심히 묵묵히 사명감을 갖고 박물관에서 일했었지요.

 

아, 좋구나. 이렇게 다시 읽어보니 그 때 생각에 가슴이 다시 쿵쾅쿵쾅 뛰는 것 같구나.

 

할아버지, 김원대 할아버지 글씨 잘쓰시는 것 같아요.

 

우리 강아지가 봐도 그렇지요.  안동이 고향인 김원대 회장님은 비록 소학교만 나오셨지만, 한학에 아주 조예가 깊으셨단다. 또 글씨도 아주 멋있고 달게 쓰셨지. 그래서 회장님 방에 들어가면 곁에 늘 벼루와 먹, 붓이 있었지요. 

 

박물관 정자 상량문을 적고 있는 설립자 김원대 (1985.11.)

 

우리 할아버지도 글씨 잘쓰시잖아요!!

 

허허허. 우리 강아지 밖에 없어요~~ 고맙구나. 

회장님 글씨를 보고 있자니, 비망록 쓰실 때가 생각나는 구나. 그때가 1986년도인가 그래요.

 

1986년도요? 헐~~~ 그때가 언제인지 감도 안와요.

 

1986년? 우리 강아지는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고, 이 할아버지 한창때일 때지. 허허허.

회장님이 어느날 이 할아버지보고 비망록을 써야 하니 하나 사오라고 말씀하시더구나. 그래서 서울 인사동 가서 잘 만들어 회장님께 갖다 드렸지. 그러고는 평소 당신이 박물관에 대해 생각하셨던 부분을 쓰시더라고.

 

설립자 김원대 비망록

<본인은 평생의 숙원으로 이룩한 본 박물관 내외의 모든 문화재 및 이를 전시하는 건물과 이를 전시에 필요로 하는 시설물들은 설립취지의 정신에 입각하여 본 박물관이 그 기능을 발휘하는 동안 선량한 관리자로서 영구히 보존 관리하여 줄 것을 간곡히 위촉한다.>

 

뭐라고 쓰셨어요?

 

회장님은 이 박물관이 선량한 관리자에 의해 잘 운영되기를 바라셨단다. 그 마음을 적으셨지. 

그렇게 비망록을 쓰시면서 회장님이 할아버지한테 '자네, 만약에 이 박물관이 잘 안된다면 말일세...'  하고 의미심장하게 한 마디 하셨지.

 

안된다면???

 

뭔가 기대가 되는 말이지?

박물관이 잘 안된다면... 하시고 뒤에 이어 하시는 말씀이

 '유물이 썪지 않도록 유물은 거풍을 시키고, 자네는 작업복을 입고 유물을 지키게.' 라고 하셨지. 허허허. 

할아버지는 박물관이 잘 안되면 실업자가 되니 회장님이 뭔가 나에게 살 길을 열어주시는 줄 알았단다. 허허허. 그렇게 박물관을 아끼고 사랑하셨던 분이었지.

 

아이고 오늘따라 회장님 이야기를 많이 하니, 회장님이 그리워지는 구나.

 

저는 할아버지한테 김원대 할아버지 얘기 자주 들으니깐 왠지 친해진 것 같아요!

 

그래요? 허허허. 그래그래.  그렇게 박물관을 보면 또 이 박물관이 다르게 느껴지지.

 

 

네~~~! 할아버지 다음에 박물관 또와요! 할아버지 얘기 듣는거 재밌어요!

 

오냐 그러자구나. 이제 갈까? 우리 강아지 배고프지. 굴칼국수 사줄까?

 

네~~!!!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사주세요.

 

허허허. 그래그래 가자구나. 다음에 또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