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시는 《옥대신영玉臺新詠》 권1에 작자를 반첩여班婕妤라 해서 수록한 작품이거니와 이 시가 논란을 거듭한다. 시 형태로 보건대 운율을 갖춘 오언시가 되거니와, 반첩여가 활동한 전한 말기에 이런 형태가 나오기란 마른 하늘 날벼락과 같다 해서 작자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옥대신영》에는 다음과 같은 서문이 붙었거니와,
옛적에 한(漢)나라 성제(成帝)의 반첩여(班婕妤)가 총애를 잃어 장신궁(長信宮)에서 태후를 공양하게 되니, 이때 부(賦)를 지어 스스로 상처받은 마음을 풀어내고 아울러 원시(怨詩) 1首를 지었다. (昔漢成帝班婕妤失寵,供養於長信宮,乃作賦自傷,並為怨詩一首)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新裂齊紈素 제 땅에서 난 비단 새로 자르니
鮮潔如霜雪 곱고 깨끗함 눈서리 같네
裁為合歡扇 마름해 합환 부채 만드니
團團似明月 둥글기는 보름달만 같네
出入君懷袖 그대 품과 소매 드나드며
動搖微風發 움직이니 작은 바람 이네
常恐秋節至 매양 두렵다네 가을 되어
涼風奪炎熱 서늘한 바람 무더위 앗아
棄捐篋笥中 상자에다 패대기쳐 버리곤
恩情中道絕 사랑하는 맘 그새 끊어질까
지금의 산동 일대를 지칭하는 제(齊)는 예로부터 비단 산지로 이름이 높았거니와, 작자는 그에서 난 비단을 마름해 합환 부채를 만든다. 합환선(合歡扇)이 곧 합환 부채거니와, 이는 기쁨을 함께 하는 부채라는 뜻이거니와, 그 모양은 둥글거나 그에 가깝고, 그에다가 대칭하는 꽃 그림을 도안해서 부부 금슬을 상징했다.
아마 궁궐에서 많이 만들었기 때문인지 궁선(宮扇)이라고도 하고, 그 재료는 흰색 비단이 많다 해서 환선(紈扇)이라고도 했으며, 그 모양에 착목해 둥글다 해서 단선(團扇)이라고 했다. 이런 부채를 만드는 심정이야, 남편과 생평을 함께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자 하는 뜻이었겠지만, 남자 마음이야 그런가? 남자는 언제나 동물의 왕국 숫사자와 같아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기 마련이거니와, 새로운 사람 나타나면 언제나 버려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만든 합환선, 굄하는 남자한테 주니, 처음엔 의도대로 사랑을 받아 필수품이 된다. 하지만, 쓰임은 여름철 뿐이라, 가을이 오니 더는 찾지도 않고, 찾기는커녕 이제는 패대기쳐서 상자에 쳐박아 둔다.
하기야 아주 버리는 것보다야 낫다 하겠지만, 한 번 상자에 들어간 부채를 누가 찾겠는가? 용도폐기다. 그걸 만들어 남자한테 준 여자는 그 신세를 보며, 말한다. 나를 향한 님 마음도 함께 시들고 말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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