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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지역 문화권 특징으로 거론하는 저 두 가지, 곧 몸통에다가 구멍을 뚫은 유공토기有孔土器가 주로 무덤 주변을 두른 배수로 기능을 겸한 도랑 주구周溝에서 집중 출토한다.
그렇다면 왜 그릇 몸통에다가 구멍을 뚫었는가? 그것은 그 그릇이 명기明器, 곧 죽은이를 위한 그릇임을 표시하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심오한 뜻이 있는 게 아니다. 구멍을 뚫음으로써 그 토기의 가장 중요한 실기능을 말살한다. 왜 그리하는가? 주검을 위한 그릇인 까닭일 뿐이다.
명기는 따로 있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실생활과 밀접하다. 다만 죽은이를 위한 그릇은 산 사람이 살아있을 적에 실제로 사용하던 그릇과 다름을 표시하는 그릇이다.
명기임을 표시하는 장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이른바 훼기毁器라 하는 고의적인 파손을 들 수 있다. 그릇의 경우 주둥이나 받침대를 집중적으로 깨뜨린다. 그럼으로써 이것이 주검을 위한 그릇임을 표시한다.
둘째, 미니어처 제작이 있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용기와 모양 기능은 똑같지만 일부러 아주 작게 제작해서 넣는다. 조선시대 백자명기가 다 이에 속한다. 아울러 이른바 방제경倣製鏡이라 해서 한식漢式 동경을 모방해서 넣는 모방거울 역시 이에 속한다.
셋째, 유공토기처럼 실생활 용기과 똑같이 하되, 주로 몸통에다가 구멍을 뚫어버린다. 구멍을 뚫는 행위는 그 그릇의 본래 가장 중요한 기능을 말살하는 상징 조치다. 그렇게 구멍을 뚫음으로써 그것이 명기임을 표시한다.
이들 세 종류는 곧 앞서에서도 말한 훼기毁器의 범주에 다 포함할 수 있는 개념들로써, 동경을 깨뜨리는 파경破鏡은 무척이나 좋은 사례가 된다.
동경은 대체로 깨뜨려 넣는다. 그것이 명기임을 표시하는 이유다. 다만 방제경은 그대로 넣는데, 그 자체가 미니어처라 실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이므로 그대로 넣는다.
유공토기....별거 아니다. 명기다. 명기임을 알면 실로 간단하게 풀리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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